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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한국맥주 자존심 테라 앞세워 맥주시장 1위 겨냥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27 09:30

수정 2020.06.27 09:29

지난해 12월 250만, 올 1월 280만 상자
갈 수록 빨라지는 판매속도... 기대감 높아
2020년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정조준
테라를 앞세운 하이트진로가 올해 맥주시장 점유율 1위에 더 가까이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제공.
테라를 앞세운 하이트진로가 올해 맥주시장 점유율 1위에 더 가까이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 제공.

[파이낸셜뉴스] 탄생한 지 고작 1년하고도 3개월 된 ‘테라’는 한국 맥주업계 역사상 손꼽히는 히트작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판매 속도로 역대 최단기간 누적 판매 5억병 기록을 깨며 하이트진로에게 맥주업계 1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었다.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기존 주력제품 하이트를 넘어섰고, 업계 1위 카스 후레쉬를 맹추격하고 있는 상태다. 요즘 서울시내 식당에서 제일 잘 나가는 맥주를 달라하면 대부분 테라를 가져오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테라가 최근 십 수 년 간 가장 주목받는 ‘괴물신인’이란 걸 경쟁업체 관계자들도 부인하지 못한다.

27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편의점·할인점·슈퍼마켓 등 소매점 매출액 기준으로 테라의 점유율은 9.7%다. 7.4%의 하이트와 합쳐도 카스 후레쉬의 39.7%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두 회사 점유율의 차이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주점이나 식당 등에서 테라가 훨씬 강세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실제 맥주시장 점유율이 소매점 매출점유율을 훨씬 상회하는 30%대에 이르렀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2억병을 판매한 테라가 다음 5개월 동안 3억병 가까이를 팔아치운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은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테라는 비수기인 겨울 동안에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출시 첫 달 40만 상자가 나갔지만, 지난해 12월 250만 상자, 올해 1월엔 280만 상자가 판매됐다. 경쟁업체들에게 성장세는 두려울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식자리는 줄어드는데 어느 식당·주점을 가도 다 테라를 마시니까 다른 업체들은 죽을 맛”이라며 “그동안 맥주 신제품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테라처럼 주목을 받은 건 없으니 대단하긴 하다”고 털어놨다.

테라의 폭발적 성장에 9년 동안 고정된 맥주업계 순위표가 뒤바뀔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적잖다. 가시권에 접어둔 맥주업계 1·2위의 격전은 올해 주류업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한편 테라의 성공으로 하이트진로는 한국맥주의 자존심을 살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세계최대 맥주업체 AB인베브 산하인 오비맥주가 9년째 한국 맥주시장에서 독주해온 상황에서 이를 위협하는 제품이 간만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 유명 맥주 브랜드 상당수가 AB인베브나 아사히그룹 같은 세계적 기업에 인수된 상황에서 하이트진로의 선전은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맥주 강국으로 꼽히는 체코가 필스너 우르켈과 코젤 같은 대표 브랜드조차 지켜내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테라가 출시된 지난해 3월엔 한국외식업중앙회 전북지회가 나서 제품 구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전주에 위치한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1개 증설하고 지역인력 40명을 추가 채용하는 등 지역경제에 이바지했다는 게 이유였다. 전라북도 향토기업으로 꼽히는 하이트진로는 지역사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부터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주세기준이 변화한 점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국내 맥주가 수입 맥주보다 높은 세율로 역차별 상황에 놓여있었지만 올해부터 동일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매점에서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질 경우 하이트진로의 전체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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