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981년 딘 쿤츠 소설 '어둠의 눈'… 코로나19 예견?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4 18:17

수정 2020.02.24 18:17

소설 속 바이러스는 생화학무기
치사율·외부생존력 실제와 달라
딘 쿤츠 소설 '어둠의 눈'
딘 쿤츠 소설 '어둠의 눈'
1981년 딘 쿤츠 소설 '어둠의 눈'… 코로나19 예견?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발생. 치명적 바이러스 '우한 400'. 생화학 무기 프로그램. 바이러스 연구소.

1981년 발간된 딘 쿤츠의 소설 '어둠의 눈'의 키워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벗어나 세계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이 소설이 일부 해외 외신에서 주목받은 데 이어 한국에서도 뒤늦게 소설의 예언적 사실이 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상황과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치사율 100%의 생화학무기

소설에 등장하는 바이러스는 '우한-400'이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만들진 후 미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 바이러스는 배양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고 미국에서 의문의 사망자를 잇따라 양산한다.
치사율은 100%다. 인간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인체 밖에선 1분 이상 생존할 수 없다. 일단 전파된 후 살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 자연 소멸되므로 최상의 무기라고 불린다.

소설의 핵심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로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발원지역 '우한'까지는 일치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장소는 아직 정확히 확인된 것이 없다. 현재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와 화난수산시장, 그 외의 장소를 놓고 여러 추정이 나오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병원체 위험도 최고수준인 4급 생물안전성표준을 갖춘 시설이다. 세계적으로 54곳에 실험실이 있지만 중국에선 유일한 '슈퍼 실험실'이다. 4급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까지 연구할 수 있다. 2003년 발생해 전세계에서 77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3급 병원체에 불과하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지난 25일 첫 의혹을 제기한 이후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우한 직원의 코로나19 감염 사망설, 화난수산시장 이전에 다른 곳에서 유입설, 중국 군사당국의 4급 실험실 관리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보다 화난수산시장과 가까운 우한 질병통제센터 유출설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중국은 즉각 반박했다. "미친 소리"라는 원색적 비난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홍콩과 러시아 일부에선 미국을 원흉으로 지목했다. 미국이 중국이나 아시아인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생화학무기가 코로나19라는 주장이다.

■바이러스 연구소 외엔 확인 안돼

따라서 종합하면 우한에 바이러스 연구소가 존재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확인된 사항이 없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화난수산물시장, 그 외의 지역 등 발원지가 어디인지 확정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매개체도 제대로 모른다. 천산갑과 코로나19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논리로 '가장 유력한' 동물로 지목되는데 그친다. 박쥐→천산갑(밍크, 오소리, 대나무쥐, 뱀)→인간 경로다.

더욱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생물학무기를 만드는 곳도 아니다. 1956년 설립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건강, 질병, 농업 등을 연구한다고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사망률과 바이러스의 외부 생존력도 확연히 다르다. 소설은 일단 감염되면 무조건 사망에 이르고 바이러스가 외부에선 1분도 존재하지 못한다고 그리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매일 수치가 변한다는 것을 감안해도 사망률은 평균 2.5% 수준이다. 사스는 10%,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19%, 에볼라바이러스는 42%다. 3급 병원체보다 사망률이 떨어진다.

외부 생존율도 소설과 다르다. 미국 CNN방송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는 금속, 유리, 또는 플라스틱 표면을 포함한 무생물 표면에서 9일 동안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연구결과를 전했다.

백신이 없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완치를 받고 퇴원하는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각국 의료진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나 전통 탕약 등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중이다. 첫 발생지역도 소설은 미국을 지목하지만 실제는 우한에 집중됐다.

오히려 SCMP는 소설가의 뛰어난 지식이 우연한 공통점을 만들어 냈다고 지목했다. 쿤츠는 미국의 베스트셀러작가이자 스릴러 소설의 대가 평가받는 인물이다. 따라서 약간의 사실적인 정보를 이용해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한 홍콩 출판인은 "우한을 중심으로 양쯔강이 동서로 흐르고 고속철도가 남북으로 달린다"면서 "허구든 진짜든 전염병이 퍼지기에 이처럼 좋은 장소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 우한은 중국 중부의 정치·경제·문화·교통의 요충지다.
양쯔강과 그 지류인 한수이강의 합류점에 위치해 수로 교통도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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