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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많은데 충원율 41%뿐… 토목직 공무원 인력수급 비상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6 17:09

수정 2020.02.26 17:09

작년 9급 공채 827명 최종합격
15개 지자체 예정인원 미달 사태
베이비부머 은퇴하면서 결원↑
민간 일자리 수요 많은점도 한몫
퇴직자 많은데 충원율 41%뿐… 토목직 공무원 인력수급 비상
지난해 지자체 토목직 공무원의 대거 채용 미달 사태가 발생하면서 토목 관련 업무 과중과 행정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행정 수요 증가로 전 지자체가 총 2000여명을 뽑으려 했지만 관련 전공자 배출이 한정돼 있는 탓에 충원율은 41%에 그치며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15개 지자체 토목직 미달

26일 17개 광역 시·도에 따르면 2019년 공개경쟁채용으로 9급 지방 토목직 총 2007명을 선발하려 했지만 절반에 못 미치는 827명(41.2%)만이 최종 합격했다. 부산,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지자체가 미달 사태를 겪었다.

충원율 50% 이하인 곳도 11곳이나 됐다. 특·광역시가 2곳, 도(道) 9곳이다.
강원도 충원율이 17%로 가장 낮았다. 인천·경북 등 7곳은 추가 채용에 나섰지만 예정된 인원을 모두 뽑은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토목직 공무원은 지자체 도로, 교량 등 공사 발주를 내거나 시설물 유지, 관리감독 등 업무를 맡는다. 지자체들은 행정직 직원을 토목 업무에 배치해 늘어난 업무에 대응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해 현업 부서의 업무 과중·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요 늘었지만 공급 그대로

이같은 대거 채용 미달 사태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그 출발점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다. 80년대 대거 입사한 56년~64년생 토목직 공무원들이 은퇴하면서 결원이 대폭 증가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퇴직자 중 유독 토목·건축직 분들이 많다. 건설경기가 붐일 때 들어오신 분들"이라고 했다. 경북 담당자도 "토목직은 보통 80명 정도 채용 수요가 있었지만 최근 퇴직자가 늘어나면서 2018년 143명, 2019년 237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 처럼 채용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이 따라주지 못했다. 시·도 필기시험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인사혁신처 담당자는 "토목 관련 학과 배출 규모는 그대로여서 수요·공급 불일치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 시·도 과락률 '70~94.6%' 달해

토목 분야의 민간 일자리 수요가 많은 터라 공직 매력도가 떨어지는 점도 한몫했다. 공무원만 바라보고 준비하는 행정직과 달리 '시험삼아'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과락률이 그 근거다. 필기과목 (공통 3과목, 전공 2과목) 중 하나라도 40점 아래면 다른 과목을 아무리 잘 봤어도 탈락한다.

17개 시·도 최저 과락률이 70%(세종)에 육박한다. 강원도가 94.6%로 가장 높다. 필기시험 응시자 185명 중 175명이 과락 점수를 받았다. 과락을 면한 10명만이 그대로 최종합격했다. 충북 담당자는 "공통, 전공과목 모두 과락이 많은 걸 보면 수험생들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지자체들은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해 인사처에 지방 토목직 필기시험 난이도를 조정해달고 건의하고 있지만 형평성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 담당자는 "기술직이 영어 과목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많다. 별도 출제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처 담당자는 "올해가 특히 어려웠던 건 아니다.
영어 같은 공통과목은 특정 직류를 위해 따로 출제하긴 어렵다"고 했다.

한편 지방인사제도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추가 시험 진행 여부 정도만 정리해놓았을뿐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행안부 지방인사제도과 관계자는 "대량 미달이 났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현황파악은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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