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클린존’ 엇갈린 반응…"마크 붙인다고" "없는 것보다야"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7 18:24

수정 2020.02.27 19:35

방역 안심시설에 '클린존' 인증
"불안감 해소·매출에 도움" 찬성
"확진자 다녀갔다는 낙인" 반대
서울시 "업주 요청할때만 부착"
#.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장을 방문한 이후 A씨는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쳤지만 '확진자가 방문한 가게'라는 꼬리표는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A씨에게 방역을 완료했다는 '클린존' 마크를 붙여보면 어떻냐고 물었다. A씨는 "그런 게 있냐"면서도 "스티커 하나 붙인다고 상황이 나아지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23번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했던 서울 마포구 이마트 공덕점에 '코로나19 1호 클린존' 마크가 지난 18일 이마트 공덕점 출입문에 부착되어 있다. 뉴시스
23번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했던 서울 마포구 이마트 공덕점에 '코로나19 1호 클린존' 마크가 지난 18일 이마트 공덕점 출입문에 부착되어 있다.
뉴시스


서울시는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마쳐 환경 검사를 통과한 시설에 대해 '클린존' 마크를 부착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공개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와 일상성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이마트 서울 공덕점을 시작으로 영화관, 복지시설, 도서관 등 시설에 클린존 마크가 붙었다.

■클린존 마크, 효과 있을까?

클린존 마크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27일 한 대형마트 앞에서 만난 김모씨(34)는 "방역을 마쳤다고 하니까 조금 안심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는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라고 되물었다.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낙인' 같아서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지적이다. 40대 주부인 박모씨는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하면 괜히 찜찜해서 방문을 꺼리게 된다"며 "특히 아이들과 다닐때는 더욱 조심한다"고 전했다.

클린존 마크를 부착한 대형 유통사들은 '클린존 효과'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 당장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한다는 의미에서 붙이긴 하지만, 클린존 마크 하나로 고객을 안심시키는 건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다른 유통사 관계자는 "잘 모르겠다"며 "매출에 대해 밝히긴 어렵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클린존 인증을 받은 시설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이 목록에는 대형마트와 경로당, 학교 등 시설이 표기돼 있지만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은 손님이 끊겨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방치돼있다.

확진자 방문해 상호가 공개된 자영업자 B씨는 "누구보다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게 우린데 제대로 된 지원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자영업자든 시민이든 정부든 모두 힘든 거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최소한의 관심은 가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긍정적' '회의적' 엇갈린 반응

클린존 마크를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방역을 마치고 영업 재개한 지 일주일이 됐다는 C씨는 "클린존이 붙은 가게를 본 적이 없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스티커라도 붙여볼까 싶다"고 토로했다. 반면 D씨는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광고하는 꼴"이라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바이러스가 미검출되고 업주만 동의한다면 언제든지 클린존 마크를 부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진자의 동선을 기준으로 보건환경연구원이 방역·소독이 완료됐다고 확인하면 클린존으로 인증한다"며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소상공인도 물론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낙인이라 생각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고, 매장이 아닌 거리에 붙여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며 "소상공인의 정서를 고려해 요청할 경우에만 스티커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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