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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눈덩이' 1兆대 손실..2008년이후 최대 (종합)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8 11:30

수정 2020.02.28 13:31

한전, 지난해 영업손실 1조3566억원, 전년대비 552% 급증
전기 덜 팔린데다 온실가스 배출권 등 정책비용 늘어난 탓
한전 올해 흑자전환도 불투명..전기요금 인상 압박 더 커져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뉴스1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이 지난해 1조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연도(2018년 2080억원 적자)의 6배를 넘었다. 2년 연속 적자이자 그 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2조7981억원)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1조원대 영업손실은 한전이 계열사 연결 결산을 시작한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한전 적자는 올 여름·겨울 더위와 추위가 덜했고 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전력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환율 상승과 온실가스 배출권,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정책 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런 이유로 원전이용률(70.6%)이 전년(65.9%)보다 늘었고 유가마저 떨어졌으나 한전 이익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한전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현재 진행 중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전은 적자가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한전의 지속된 적자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한전의 적자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한전 1조3566억 손실 '역대 최대'
28일 한전은 2019년 실적 결산 결과,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552% 급증한 1조356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년도(2018년)에는 영업손실이 2080억원이었다. 1조원 이상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1년(1조204억원)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매출(연결기준)은 59조928억원으로 전년대비 2.5%(1조5348억원) 감소했다.

한전은 지난해 사상최대 영업손실이 난 이유가 냉난방 전력이 덜 팔렸는데 미세먼지 감축 등 정책비용이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인 한전 재무처장은 "냉난방 전력수요 감소 등에 따른 전기판매수익 하락(전년대비 0.9% 감소)했다. (게다가) 무상할당량 축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권비용 급증, 설비투자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감가상각비·수선유지비 및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비용이 늘었다"고 밝혔다.

적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전기가 덜 팔렸다. 한전은 한해 낼 이익의 40% 정도를 여름철(3·4분기)에 전기를 팔아 거둔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겨울, 폭염·혹한이 덜해 냉난방 수요가 크게 줄었다. 기저효과(2018년 평창올림픽 개최)까지 있어 지난해 전기판매 수익은 전년대비 9030억원(1.6%) 줄었다. 농사용을 제외한 모든 전력 판매가 감소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비용이 7000억원 늘었다. 온실가스 무상할당량 축소(전년대비 18%), 배출권 가격 인상(2018년 t당 2만7000원→ 2019년 3만2000원) 때문이다. 비용 측면에서 지난해 석탄발전 감축으로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줄어든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선로 신·증설 등 전력 설비 투자도 늘었다. 이에 따른 감가상각비 및 수선유지비도 전년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또 방사성폐기물 관리 비용, 원전해체비용 단가 상승 등에 따른 원전 관련 복구부채 설정 비용도 2000억원 늘었다.

한전의 인건비는 5000억원이 증가했다. 한전 인력 증가(2019년 12월기준 2만3300명)로 인건비 2000억원, 최근 대법원 판례(퇴직금 산정대상 평균임금 포함)에 따른 퇴직급여부채가 3000억원 늘었다.

반면, 한전은 연료비 지출이 전년대비 9.1%(1조8318억원) 감소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세제 개편 효과 등에 따라 연료비는 줄었다. 원전 이용률(70.6%)도 계획예방정비가 상당부분 완료돼 전년대비 4.7%포인트 상승했다. 한전은 회사 재무에서 전력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로 높다.

김 처장은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구입비용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봄철 노후발전소 가동 중지 등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따른 석탄이용률 하락은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압박 커질 듯
한전의 흑자전환이 올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온실가스 저감대책 관련 정책비용 등이 상당히 증가하고, 여름철(7,8월)에는 주택용 누진제 완화 제도에 따라 전기요금을 할인한다. 게다가 증가하는 인건비 등 한전의 고정 지출은 계속 늘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상장사이면서 공적 역할을 해야하는 한전이 내부적으로 적자를 해소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한층 커지게 됐다. 정부가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이후 3년여간 누르고 있는 전기요금이 올해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해말 한전은 여러 논란 끝에 주택용 절전할인,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등 몇가지 특례를 즉시 폐지 또는 단계 폐지키로 해 비용지출 구조를 소폭 개선한 바 있다.

김 처장은 "전기요금은 공익성과 수익성을 봐야한다. 합리적 전기요금 개편을 위한 협의를 정부와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한전은 자구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안정적 전력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 설비보수 자체 수행, 송·배전 설비시공 기준개선 등 1조6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목표를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김 처장은 "올해는 전년대비 원전이용률 상승(70% 중반대) 등이 한전의 경영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환율 및 국제연료가격 변동 등 대내외 경영여건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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