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fn팩트체크]'재난문자 발송'…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3 14:31

수정 2020.03.03 14:31

거주지 아닌 타 지자체 문자도 수신
LTE 기지국 연결된 휴대폰에 강제 발송
"중복 발송돼 시민 불편...신중하게 전송해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 27일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A씨는 이날 저녁부터 새벽까지 경기 과천시의 긴급재난안전문자를 7개나 받았다. 확진자 동선을 상세히 알려주는 꼭 필요한 문자였지만 과천시에 거주하지도 않을뿐더러 최근 과천시를 방문하지 않았는데 왜 본인에게 문자가 오는 것인지 의아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기자의 휴대폰에 과천시의 긴급재난안전문자들이 연달아 수신돼있다. 긴급재난안전문자는 LTE 기지국을 통해 전송된다. 이론상 도달범위는 15㎞에 달한다. 기자의 거주지에서 과천시의 가장 가까운 경계는 단 2.5㎞에 불과하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안태호 기자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기자의 휴대폰에 과천시의 긴급재난안전문자들이 연달아 수신돼있다. 긴급재난안전문자는 LTE 기지국을 통해 전송된다. 이론상 도달범위는 15㎞에 달한다. 기자의 거주지에서 과천시의 가장 가까운 경계는 단 2.5㎞에 불과하다. 사진=안태호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반복되는 긴급재난안전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앞선 A씨의 사례는 기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이날 수분 간격으로 과천시 문자를 받고나서 지난 문자들을 확인해봤다. 서울 동작·송파·관악구, 경기 성남시 등 인접 지자체 문자들이 들어와 있었다. 과연 어느 지역범위까지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것일까.

주변에도 긴급재난안전문자에 대한 궁금증을 묻자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어떤 경로로 자신의 번호를 수집해서 문자를 보낸 것인지 궁금하다는 의견부터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나 중복 문자가 너무 자주 온다는 불평까지 다양했다.

일선 지자체와 담당 부처에 문의해 긴급재난문자의 원리와 운영 방식을 알아봤다.

■기지국에서 발송…이론상 범위는 '15㎞'
먼저 긴급재난안전문자는 국내 이동통신 3사의 LTE 기지국을 통해 전송된다. 평소 사용하는 휴대폰은 인근 기지국 중 가장 강한 신호를 받아 사용한다. 행정구역 경계지역에 위치한 기지국 신호를 받는 경우 타 지자체 문자까지 받게 되는 것이다.

높은 산이나 큰 건물 등 지형에 따라 도달 범위가 천차만별이지만 한국정보화진흥원의 '5G 이슈와 성공전략'에 따르면 장애물이 없는 경우 LTE 기지국의 전파는 이론상 15㎞까지 도달한다. 효율적인 고품질의 통신망 사용을 위한 인프라이기 때문에 넓은 도달 범위를 갖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기자가 받은 타 자치구 문자 모두 서초구에 인접한 지자체로 거리가 가깝다. 용산구 소재 회사에서 근무하는 B씨도 "노원구에서 문자를 받았다. 기준을 모르겠다"고 했지만 용산구 중심에서 노원구 경계까지 12㎞에 불과해 기지국 전파가 충분히 도달할 만한 거리였다.

5G가 상용화되면 이같은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5G 기지국의 전파 도달 거리는 3.5㎞로 LTE보다 짧다.
■번호 수집 없어…라디오 수신과 동일
재난문자(CBS)와 단문 메시지(SMS) 개념도 비교. 재난문자는 기지국에서 방송을 통해 모든 단말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전송한다. 반면 단문 메시지는 일대일 통신을 기반으로 각각의 단말에게 메시지를 전송해 문자가 몰리면 트래픽이 발생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행정안전부 제공.
재난문자(CBS)와 단문 메시지(SMS) 개념도 비교. 재난문자는 기지국에서 방송을 통해 모든 단말에게 한 번에 메시지를 전송한다. 반면 단문 메시지는 일대일 통신을 기반으로 각각의 단말에게 메시지를 전송해 문자가 몰리면 트래픽이 발생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행정안전부 제공.
긴급재난안전문자는 번호 수집 없이 기지국에 연결된 모든 휴대폰에 강제 발송된다. 행정안전부 재난정보통신과 관계자는 "공식 명칭은 휴대폰 방송서비스(Cell Broadcasting Service, CBS)다. 라디오와 유사하다"며 "특정 기지국에 신호가 잡힌 모든 휴대폰에 문자가 발송된다. 개별적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SMS 서비스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본인 주소지가 아닌 현재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문자가 수신된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타 지역을 방문했을 땐 서울 문자를 받지 못한다. 지진이나 대형 화재 등 재난현장에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번호 수집 경로를 묻거나 전송 목록에서 빼달라는 문의 전화가 지자체에 쇄도한다고 한다. 서울시 재난상황팀 관계자는 "전화번호를 수집해서 보낸 걸로 많이 알고 있다"며 "재난문자를 하나 보내놓으면 (전화를 받느라) 반나절 정도는 업무가 올스톱된다"고 털어놨다.

불필요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중복 문자에 대해 이 관계자는 "자치구와 서울시의 문자 내용이 겹치지 않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확진자 발생하지 않음'과 같은 알맹이 없는 문자가 발송되지 않도록 자치구에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9일 기자에게 수신된 성남시, 송파구, 관악구, 마포구의 긴급재난안전문자. 코로나19 관련 수칙을 담고 있다. 서울시 재난상황팀 관계자는 "확진자 동선이라면 모를까 이미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관련 수칙을 잘 알고있는데 수칙을 잘 지켜달라는 내용은 지금 큰 의미가 없다. 자치구 간에 경쟁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경향이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민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긴급재난안전문자를 보내야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안태호 기자
지난 2월 29일 기자에게 수신된 성남시, 송파구, 관악구, 마포구의 긴급재난안전문자. 코로나19 관련 수칙을 담고 있다. 서울시 재난상황팀 관계자는 "확진자 동선이라면 모를까 이미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관련 수칙을 잘 알고있는데 수칙을 잘 지켜달라는 내용은 지금 큰 의미가 없다.
자치구 간에 경쟁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경향이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민의 입장에서 신중하게 긴급재난안전문자를 보내야한다"고 강조했다. / 사진=안태호 기자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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