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3개월 된 여자친구가 있는 직장인 A씨(32)는 요즘 '청정구역 모텔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만남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다. 최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덜 한 곳으로 알아보기 위해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린다.
#대학생 B씨(22)는 걱정이 많다. 여자친구와 스킨십을 어디까지 해야할지 난감해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연인들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연인을 통해 감염된 군인, 직장인, 학생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서다.
당분간 만나기로 하지 않은 이들부터 만남을 줄이는 커플, 만나서도 주로 일정한 곳에만 머물려는 커플 등 코로나19 위기 속 커플들은 '사랑 지키기'에 나섰다.
◇"이 시국에? 내 몸 지키는 것이 사랑의 표현"…만남 빈도↓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을 줄이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진원지 중국에선 이미 '온라인 데이트'가 일상이 됐다고 한다.
3일 오전 기준 4812명의 확진자가 나온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생 김모씨(24)는 "혹시 나 때문에 여자친구가 피해를 받을까 조심하고 있다. 만남도 크게 줄이고 있고 애정표현도 나 먼저 조심하고 있다"며 "화상통화, 메신저를 이용하며 일상을 함께 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더 애틋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씨(27·여)는 "당분간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기로 했다. 우리 모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자칫 우리로 인해 부모님께 피해를 줄 수도 있다"며 "나부터 조심하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내 몸이 건강한 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확진자 동선을 이유로 만남을 꺼린다는 이도 있었다. 직장인 박모씨(33)는 "구에서 제공하는 확진 환자의 동선 문자를 보니 숙박 사실에서부터 함께 있던 장소도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혹시나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 여자친구에게도 피해를 줄 것 같아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곳에서 모든 것 해결"…자투리 데이트도 인기
서울 노원구에 사는 A씨는 지난 주말 앱을 뒤지고 뒤져 여자친구와 경기도 남양주시 '무인 모텔'을 찾았다. A씨는 "서울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인 것 같아 근처에서 그나마 확진자가 덜하고 가까운 곳을 선점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며 "별생각 없이 갔는데 모두 풀방(예약완료)이었다. 다들 나 같은 생각을 하나 보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직장인 장모씨(27·여)는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속 모텔, 호텔 이용법 등을 검색하고 있다. 장씨는 "호텔의 경우 번화가보다는 드나드는 사람이 제한되지 않나"며 "거기에 한 곳에서 식사, 영화관람 등을 다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여기저기 다니지 않고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최근 들어 남자친구와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의 개강이 연기되고 직장인들의 재택근무도 늘어나면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짧은 만남도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근처에 사는 여자친구를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긴 시간은 보지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고 있어 어쩌면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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