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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코로나19의 값비싼 교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3 16:39

수정 2020.03.03 16:39

[여의나루] 코로나19의 값비싼 교훈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 중에 발생하는 국가적 위기는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 위기가 때로는 야당이나 언론에 의해서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실제로 절체절명의 국가적 재난이기도 하다. 국정 운영자는 어떤 위기든 당연히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국민과 국정 운영자는 그러한 위기를 겪으면서 정말 값비싼 교훈을 얻기도 한다.

중국발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적인 위기는 중요한 교훈 하나를 국민에게 알려주었다.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어렵사리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가 전파되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했었고, 우한에 갇혀 있던 국민들도 국적 전세기를 보내서 구출했었다.
우유부단한 일본 정부로 인해서 크루즈선에 갇혔던 국민들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또한 수천명의 자국민이 죽어나가도 우한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고 언론을 통제하기에 바빴던 중국 지도자와 달리 대통령은 직접 대구시청을 방문했고, 총리는 현장에 상주하면서 사태 진정을 위해 애쓰고 있다. 대통령은 전례 없이 국회를 방문해서 야당의 따가운 비판을 들으면서도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독재국가가 아닌 국민이 주권을 가진 민주국가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보다는 훨씬 값비싼 교훈들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국정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정부는 국정에 대한 신뢰 상실에 대한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 돌리고 싶겠지만, 지금 정부에 대한 불신은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정부를 믿어달라고 국정 운영자들의 호소에 부응하고 싶었던 국민들의 마음이 사태가 악화하는 과정에서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가득 차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러한 정부에 대한 불신은 마스크 대란으로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그리고 국민은 어떤 사람이 국정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자국민이 외국에서 사전통보도 없이 감금되고 배척당하는데 한없이 무기력한 관료들,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을 몇 시간씩 줄 세우고 허탕치게 하는 무능한 관료들, 국가적 위기를 정치적 기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매일 새로운 쇼만 하는 교활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면서 누가 진정 국정에서 배제되어야 하는지를 정말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위기의 교훈은 대외정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치 어제 대통령의 보건분야 협력 제안에 대한 반대라도 하듯이 발사체를 쏘아올린 북한의 변하지 않은 참모습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그리고 한국의 의료수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과 신뢰를 유지했던 국가들도 있었지만, 온갖 불합리하고 몰염치로 국민을 불편하게 한 국가들도 있다. 이제 국민은 어떤 국가가 신뢰할 만한 진정한 우방이고, 어떤 국가가 배은망덕한지를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이제 그러한 국가들은 잘못된 결정에 따른 잠재적인 비용을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다.

언젠가 위기는 상처와 교훈을 남기고 끝난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비난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조차 인정했듯이 한국은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의료수준과 시스템을 가진 국가다. 우리에게는 위기의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공무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도 있다.
어쩌면 계절적 독감보다도 치사율이 낮은 코로나19에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모쪼록 코로나19 사태가 알려준 불편한 교훈들이 소중하게 남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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