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말 폭탄' 다음날, '코로나 친서' 보낸 김정은… 北의 속내는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5 18:23

수정 2020.03.05 19:11

남북정상 4개월만에 친서 소통
金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문 대통령도 어제 감사 뜻 전달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 2018.05.27.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 2018.05.27.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 친서'를 교환했다. 먼저 친서를 보내온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남측 확산에 대한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다만, '북한 권력 2인자'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 "저능한 사고" 등 말 폭탄을 쏟아낸 직후라는 점에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21대 총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상황이고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친서 교환 사실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신(新) 북풍 논란' 등 향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파장도 예상된다.

■金 "코로나19 극복하도록 응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제(4일) 친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친서 교환은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친서 형식의 조의문을 보낸 후 5개월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친서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며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마음 뿐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는 심정을 표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특히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겠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진솔한 소회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상간 친서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다고 자세히 밝히는 것은 외교상 맞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제안한 '남북 보건협력 분야 협력'에 대한 언급 여부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는 차원"이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이날 김 위원장에게 답장을 보냈다.

■"정상간 끈 놓지 않으려는 듯"
대북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북한의 태도변화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김 위원장이 '정상간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할말을 하겠다'는 것으로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의 담화가 남북관계 전체를 흔드는 모양새가 되자 위로의 뜻을 전달하며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청와대나 정부의의 관료적인 대북접근은 강하게 비판을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친서를 교환하며 정상간 끈을 놓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한 김여정의 담화와 김 위원장의 친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군사훈련 부분에 대해서는 쐐기를 박고 가야하는데 김여정이 그런 역할을 했고, 김 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남과 북 양 정상의 신뢰와 우의가 변함없이 굳건한 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금 친서나 주고받으며 '정치쇼' 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라며 "혹여 문재인 정부는 '남녘동포'라는 입 발린 꼬드김에 넘어가 또다시 북한에 무조건식 퍼주기로 화답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김학재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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