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병주고 약준' 김정은-김여정 남매...다 계획이 있었다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6 07:00

수정 2020.03.06 06:59

김정은은 文대통령, 김여정은 청와대·정부 상대
남북관계 톱다운 방식 끈 놓지 않으려는 듯
'민족 염려하는 지도자' 이미지 강조 효과도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청와대에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김여정의 담화에 남북관계가 사실상 마지막까지 왔다던 전문가들도 코로나19를 염려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소식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다만 김정은-김여정의 역할이 분리돼 있고 각자의 역할에 맞춰 계산된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전문가들은 김여정의 담화에 이은 김정은의 친서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 '겁 먹은 개'라며 비난을 퍼부었다가 곧이어 남녁동포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는 친서를 보낸 것 자체가 '병주고 약주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담화가 철저하게 계산된 결과물이고 이번과 같이 파장이 큰 상황에서 판을 뒤집는 움직임이 나온 것 자체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병주고 약준' 김정은-김여정 남매...다 계획이 있었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김정은과 김여정의 계산된 움직임이라는 것으로 좁혀진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과 남한 국민들을, 김여정은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하는 역할분담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청와대나 정부의 관료적인 대북접근은 강하게 비판을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어느 정도 분리시키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생일 축하카드를 보냈던 것과 유사한 전략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시적 강온전략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 때를 연상시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30일 문 대통령의 모친 고 강한옥 여사 별세에 조의문을 전달했지만, 하루뒤인 31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은 챙기지만 남북관계 복원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특히 이번 김 위원장의 친서에 '남녁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 동포를 챙기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이려 한 점도 엿보인다.
국제사회와의 연결통로를 모두 폐쇄한 상황에서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남한 국민들의 건강을 염려하며 자신들이 주장해 온 민족공조를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친서에서 또한번 '북한은 다 계획이 있구나'하는 것이 느껴진다"면서 "북측의 코로나 상황이 아직은 군사훈련을 할 정도이고 정면돌파전을 추진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정면돌파전이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되면 우리가 내민 손을 마지못해 잡을 수 있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었다고 본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김 위원장도 김여정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친서를 보냄으로써 남북대화와 협력의 점진적 재개의사를 비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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