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日 비자면제 중단 다음날 지원카드 꺼낸 中...시진핑의 노림수는?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8 15:09

수정 2020.03.08 15:11

한일 정면충돌 속 지원군 이미지 연출
중국인 입국차단 안한 文정부에 '호응'
상반기 방한 유효... 화두도 미리 예약
[파이낸셜뉴스] 일본이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고 우리정부가 즉각 맞대응하며 9일부터 한일간 비자면제가 중단된다. 우리 정부 뿐만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아베 정부의 대응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이 정면충돌한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정부에 방역물자 지원을 제안하며 동북아 정세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비자면제 중단, 화이트리스트 배제 연상
일본의 일방적 비자면제 발표에 동일한 수위로 대응한 것은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맞불을 놨던 지난해 8월 2일을 연상시킨다. 당시 아베정부가 한국의 반대에도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강행하자 우리 정부도 즉각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시켰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같은 수위로 대응하며 대일 강경노선을 다시한번 드러냈다. 지난 5일 일본이 한국인 비자면제를 중단하고 2주간 자가격리 방침을 발표하자 우리 정부는 다음날 똑같이 일본인에 대한 비자면제 정지를 선언했다. 특히 이날 발표를 맡은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우리정부의 대응이 '일본의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2020.03.03.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2020.03.03.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코로나19 방역 이외의 다른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당시 아베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있었고 이번에는 코로나19 은폐·축소 논란속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또다시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는 시각이다. 한국과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며 국내외에 일본도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연출한 효과도 있다.

결국 지난해 11월 한일군사정보보보협정(지소미아) 종료 유예로 한숨을 돌렸던 한일간의 갈등이 코로나19로 인해 수면위로 부상하게 된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다음단계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혹시라도 지소미아 얘기가 나오게 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발표 다음날 중국의 방역물품 지원 제안
일본과 또다시 정면대결 양상이 펼쳐진 반면 중국은 대규모의 방역물자 지원을 제안하며 우리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중국은 최근들어 코로나19 일별 확진자가 100명 이하로 떨어지며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6일 외교부를 찾아와 'N95' 마스크 10만장과 의료용 외과 마스크 100만장, 의료용 방호복 1만벌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또 5만명 분량의 감염 테스트 키트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진과 얘기하고 있다. 2020.03.03.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일(현지시간) 베이징의 중국 군사의학연구원을 방문해 연구진과 얘기하고 있다. 2020.03.03.
중국이 지원의사를 밝힌 시점은 공교롭게도 일본의 비자면제 중단발표 다음날이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일본의 선제공격 다음날 지원군으로 나선 셈이다.

박 교수는 "외교적으로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 입국중단 여론에도 끝까지 문을 닫지 않았던 것에 대한 호응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 4월로 예정된 일본 국빈방문은 연기했지만 상반기로 발표한 방한은 코로나19의 수습 상황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 모두 '코로나19 지원'이라는 화두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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