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막힌 韓-日 하늘길…"상황이 이렇게 돼서...가자마자 돌아왔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4:52

수정 2020.03.10 13:27

2주간 격리소식에 일본행 항공편 예매 줄취소
[파이낸셜뉴스] "상황이 이렇게 돼서 가자마자 돌아왔어."
9일 인천국제공항에는 한국과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상대방에 대한 입국규제를 강화하자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일본행 항공권을 예매했던 한국인들은 현지에서 2주간 격리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여정을 취소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해 오전 11시 1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한 비행기(KE722)에서 내린 70대 김 할머니는 "갑작스러운 입국 절차 강화 때문에 급하게 돌아왔다"며 "오늘 비행기가 마지막이라고 해서 급하게 구해서 타고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손자 유치원이 3월말까지 휴원인 상태라 18일까지 손자 아빠가 있는 일본에서 지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돼서 5일 만에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혹시 일본에서 돌아오는 항공권을 구하는게 어렵진 않았을까. 김씨는 "비행기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며 "오늘 이게 마지막 비행긴데도 몇 명 안 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비자 면제 중단 및 기 발급 비자 효력 정지를 일단 3월 말까지 적용한다는 방침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천공항=뉴시스]박주성 기자 =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을 사실상 금지조치 해 우리 정부도 맞대응에 나선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도쿄에서 출발한 비행기 편으로 승객들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으로 입국하고 있다. 2020.03.08. park7691@newsis.com /사진=뉴시스
[인천공항=뉴시스]박주성 기자 =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을 사실상 금지조치 해 우리 정부도 맞대응에 나선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도쿄에서 출발한 비행기 편으로 승객들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으로 입국하고 있다. 2020.03.08. park7691@newsis.com /사진=뉴시스
김씨와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한 주윈씨(35)도 서둘러 일본을 다녀왔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일본인과 결혼했다는 주씨는 두고 온 짐을 챙기기 위해 부랴부랴 일본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무비자 입국 중단 소식을 듣고 여유가 이틀 밖에 없어 급하게 일본을 다녀왔다"며 "일본인 아내는 한국 귀국에 어려움이 있을 지 우려해 동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이번 한국인 입국 전면통제에 대해 "일본인인 제 아내는 물론 많은 일본 사람들이 도쿄 올림픽 때문에 아베 정부가 무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현지 출장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회사 업무 차 일본 출장 중이었다는 김씨(32)는 "일방적인 통보로 예정보다 출장 일정을 앞당겨 들어왔다"며 "남아 있는 일을 급하게 처리하고 오느라 당황했고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입국일본 공항 역시 텅텅 비어있긴 마찬가지"라면서도 "정작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는 발열검사 등 기본적인 방역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일본의 한국발 여행객 입국제한 조치에 대한 상호조치로 일본출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강화가 실시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검역소에서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한 항공승무원들이 검역소를 통과하고 있다.사진=박범준 기자 /사진=fnDB
일본의 한국발 여행객 입국제한 조치에 대한 상호조치로 일본출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강화가 실시된 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검역소에서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한 항공승무원들이 검역소를 통과하고 있다.사진=박범준 기자 /사진=fnDB
이날 일본으로 향하는 향하는 항공편은 거의 텅 빈 채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11시 5분 인천에서 오사카로 출발한 169석 규모의 KE727편에는 고작 8명의 승객만 탑승했다. 이 중 한국인 단 한 명도 없었고, 일본인 4명과 그 외 국적 외국인 4명이 탔다. 탑승 직전까지만 해도 25여명의 예약 탑승객이 있었지만 실제로 탑승한 승객은 이들이 전부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일본 정부 발표에 따라 현지에 도착하면 당장 2주간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뒤늦게 알게 된 승객들이 막판에 예약을 대거 취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항공기를 탑승하는 이들도 2주간 격리된다는 사실을 부담스러워 했다. 중국 교포이지만 20년째 일본에서 살다가 무릎 치료차 지난해 3월 10일 한국에 왔었다는 이씨(71)는 도착 직후 격리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날 인천에서 일본으로 출발한 직항편은 제주항공(7C1162, 7C1608) 2편, 대한항공(KE727)등 3편이었고, 일본에서 인천으로 들어온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OZ1073) 1편, 대한항공(KE722, KE744, KE728), 티웨이항공(TW9282, TW9218), 제주항공(7C1169) 등 7편이다. 전날만 해도 118편의 항공기가 한국과 일본의 하늘길을 오갔다.
이 탓에 이날 일본 출도착 승객도 각각 116명, 202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지난 2일 대비 각각 96%, 93% 감소한 수치다.
인천공항 전체 출도착 여객에서 일본 여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2~13%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