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사우디-러시아 '유가 전쟁'…"배럴당 20달러선 간다" 경고 [국제유가 폭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09 18:12

수정 2020.03.09 18:12

추가 감산협상 깨지며 피바람 예고
사우디 내달부터 증산에 할인까지
美셰일석유업체 줄도산 위험 커져
사우디-러시아 '유가 전쟁'…"배럴당 20달러선 간다" 경고 [국제유가 폭락]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협상이 불발되면서 글로벌 원유시장에 '피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사우디가 감산에 반대한 러시아에 보복조치로 산유량을 최대 하루 200만배럴 가까이 증산키로 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주력시장인 북서유럽에도 진출을 예고한 가운데 북유럽을 포함한 미국과 아시아에서 가격덤핑이라는 극약책까지 동원할 계획이다. 사우디의 보복조치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미국 셰일석유업체들에 줄도산 공포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사우디 vs. 러시아 '벼랑끝 승부'

시장에서는 2014년 사우디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석유 가격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점쳤다. 2016년 배럴당 28달러까지 추락한 유가 폭락이 되풀이될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 사우디가 러시아를 겨냥해 다음달부터 석유시장에 피바람을 몰고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다음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1000만배럴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핵심 시장에서는 러시아 석유를 견제하기 위해 20% 가까운 대대적 할인에 나설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 산유량이 최종적으로는 하루 1100만배럴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사우디가 약속한 하루 97만배럴 수준의 산유량에 비해 최대 하루 200만배럴 가까이 증산하는 것이다.

사우디는 조만간 러시아를 겨냥한 석유정책들을 발표할 전망이다. 우선 러시아의 핵심 석유판매 시장인 북서유럽 진출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4월 북서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러시아 석유를 대체하는 수요 확보를 위해 3월 가격보다 배럴당 8달러 넘게 깎아주는 파격적인 가격할인도 병행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4월부터는 3월 대비 배럴당 7달러가량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도 유가를 배럴당 4~6달러 깎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가격할인 폭이 배럴당 몇 센트 수준이거나 기껏해야 1~2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파격이다. 사우디가 증산에 이어 가격할인에 나서면 걸프만의 사우디 동맹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쿠웨이트 역시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3년 동안 사우디와 사실상 동맹을 맺었던 러시아는 사우디가 주도한 감산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벼랑끝 승부를 예고했다. 러시아 최대 석유업체인 로스네프트는 성명에서 사우디와 관계에 대해 "무의미해졌다"면서 "그동안의 감산 합의에 따른 세계 시장의 석유공급 감소분은 아주 신속하게 미국 셰일석유로 완전히 대체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로스네프트 홍보책임자인 미하일 레온티예프는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합의가 깨짐에 따라 러시아는 석유자원을 현금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석유판매를 통해 쌓아둔 1700억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라는 쌈짓돈을 바탕으로 단기적 가격전쟁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원유시장 '피바람' 예고

국제 석유시장은 2014년에도 사우디가 시작한 가격전쟁으로 당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2016년 초반 28달러까지 폭락한 바 있다. 이는 산유국들 모두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OPEC과 러시아의 감산을 부른 바 있다.

실제로 유가전망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모간스탠리는 2·4분기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가 배럴당 35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드래고먼벤처스의 알리 케더리 최고경영자(CEO)는 20달러 유가를 예상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가격전쟁은 미국 셰일석유에 치명상을 입히고,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OPEC 산유국 경제도 위기로 내몰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 셰일석유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결국엔 줄도산할 위험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에 따른 석유수요 둔화와 유가 폭락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유가 전쟁이라는 쓰나미에 직면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