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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로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 다른 이의 안전 위해 매일 '위험'에 맞서다 [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강현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1 17:27

수정 2020.03.11 23:07

고속도로 안전순찰원
2차사고 막는 장비들 설치하고
망가진 차 옮기려 직접 밀어내기도
"두려움에도 굳은살 배기더군요"
"안전벨트 하나가 생사 가릅니다"
요즘은 블랙박스로 확인 가능하고
보험사 와도 모두 해결해주진 못해
"사고 나면 무조건 갓길로 빠져주세요"
"차가 100km로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있으면 머리끝이 쭈뼛 섭니다. 그래도 저희가 없으면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없으니 목숨 내놓고 나가는 거죠."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평촌IC~퇴계원IC. 이곳에는 하루 평균 57만7970대의 차량이 오간다. 1년 365일 약 80~110km로 달리는 차량 사이, 몸을 던져 운전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이다. 지난 10일 경기도 하남시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에서 고속도로 안전순찰을 맡고 있는 팀원들을 만나 고속도로 안전순찰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에서 근무하는 강한구(왼쪽), 김황기(오른쪽) 안전순찰원. 이들은 고속도로 교통안전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선순찰, 사고 처리, 고객응대 및 지원, 법규위반차랑 계도·고발, 원인자부담금 부과·징수 등 업무를 담당한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사진=강현수 기자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에서 근무하는 강한구(왼쪽), 김황기(오른쪽) 안전순찰원. 이들은 고속도로 교통안전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선순찰, 사고 처리, 고객응대 및 지원, 법규위반차랑 계도·고발, 원인자부담금 부과·징수 등 업무를 담당한다. 사진=강현수 기자


한 팀으로 활동하는 동갑내기 동료 강한구(41), 김황기(41) 안전순찰원은 고속도로 교통안전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선순찰, 고객응대 및 지원, 법규위반차랑 계도·고발, 원인자부담금 부과·징수 등 업무를 담당한다. 순찰차에 실린 라바콘 10개와 신호봉, 신호깃발, LED 경고등, 불꽃신호기, 차량 냉각수 등으로 도로 위 각종 사고에 초기대응한다. 대형 사고의 경우 경찰, 소방과 힘을 합쳐 처리하기도 한다. 최전방에서 운전자들을 직접 도와주다 보니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업무 중 사고를 당할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두 사람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도로 위에 나가는 게 겁이 났지만 8년이 지나니 그 두려운 마음에도 어느덧 굳은살이 배겼다"고 운을 뗐다.

1분 1초가 아찔… 기본 안전수칙 준수 필수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촌IC~퇴계원IC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는 연평균 6.8명. 두 안전순찰원은 사망사고가 가장 잦은 평촌IC→성남IC(퇴계원 방향), 송파IC→서하남IC(퇴계원 방향), 상일IC→강일IC(퇴계원 방향) 등 구간을 지날 때 긴장하곤 한다. 사고 원인은 다양하지만 졸음운전, 안전벨트 미착용, 주시태만 등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일어나는 사고가 가장 안타깝다고 두 안전순찰원은 입을 모았다.

김 안전순찰원은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아기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었는데 남편의 졸음운전으로 아기엄마와 아기가 튕겨 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실제 사고가 났을 때 안전벨트 착용 여부로 죽고 사는 문제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강 안전순찰원도 "고속도로 위에서 안전관리를 하다가 지나가는 운전자들을 보면 여전히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거나 통화를 하는 분들이 있다. 운전 중 사고 현장의 사진을 찍는 분들도 더러 있다"면서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건 본인뿐 아니라 함께 탑승한 가족, 도로 위에 있는 모든 운전자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본 안전수칙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순찰원이 갓길에 세워진 차량을 점검하는 모습. 또다른 안전순찰원은 주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안전순찰원이 갓길에 세워진 차량을 점검하는 모습. 또다른 안전순찰원은 주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2차 사고 인식 부족… 운전자 협조 필요해"

2차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안전순찰원들의 의견이다. 김 안전순찰원은 "고속도로 위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이를 일반국도 상황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갓길로 비키지 않는 분들이 있다"며 "접촉사고를 당해 차에서 내려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 찍던 분이 뒤에 오던 차에 치여 사망하시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이런 경우가 대표적인 2차 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에 신경 쓰다 보니 자신이 서 있는 곳이 고속도로라는 것을 잊는 경우가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걱정했다.

이러한 2차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안전순찰원은 3교대로 8시간씩 고속도로 위를 돌아다닌다. 사고가 났을 경우 순찰차를 후방에 주차하고 안전삼각대, 경고등, 불꽃신호기 등을 설치해 사고지역을 다른 차량이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 사고 잔재물은 직접 주워서 다른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화물트럭이 전도돼 소주병이나 압축폐지를 갓길로 옮긴 경험도 있다. 차량이 망가져 갓길로 빠질 수 없으면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밀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2차 사고 예방에 비협조적인 사례가 상당하다. 대표적인 게 보험사를 기다리는 운전자다. 사고가 나면 차량은 갓길로, 사람은 밖으로 대피하는 게 원칙이다. 안전순찰원들의 설득에도 보험처리 때문에 절대 움직이지 않는 운전자가 나타나면 두 안전순찰원은 막막하기만 하다. 가끔은 경찰이 출동해 강제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강 안전순찰원은 "요즘은 블랙박스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고 보험사가 와서 사고 현장을 확인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결국 2차 사고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안전순찰원을 보지 못하고 사고 현장 바로 앞까지 돌진하는 운전자도 있다. 주시태만, 졸음운전 등으로 수신호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김 안전순찰원은 "시속 100km로 달려오면 반응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실수로 돌진해오는 운전자들이 있다"면서 "그렇게 차가 밀고 들어와 안전한 곳으로 몸을 던져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전순찰원은 고객지원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김 안전순찰원은 "한 번은 순찰 도중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내비게이션 사용 방법을 잘 몰라 외곽순환 고속도로 갓길에 서서 길을 잃은 상태였다"면서 "노부부를 목적지 방향 국도로 안내해드리고 자녀에게 연락해 도움을 드렸었다"고 설명했다.

긴급 견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사고 당사자가 한국도로공사에 연락하면 공사가 비용을 부담해 견인차를 호출한다. 교통사고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뒤 보험사를 불러 처리하면 된다. 사고 현장에서 곧장 보험사에 연락하면 도착 시각이 늘어 2차 사고의 가능성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안전순찰원들은 도로공사의 긴급 견인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고속도로 안전 제고 위해 힘쓸 것"

사고를 직접 경험하고 처리하는 직업이다 보니 심리상담은 필수다. 안전순찰원은 직원 종합검진 시 심리상담을 추가로 받는 특수검진을 진행한다. 평소에 잠을 잘 자는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현상이 있는지 등 안전순찰원의 심리 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한다. 교육 영상자료 등 별도의 안전교육도 받는다.


위험천만하지만 두 손으로 직접 운전자의 안전을 지킨다는 책임감이 이들을 일으켜 세운다.

강 안전순찰원은 "차를 밀어내거나 잔재물을 줍는 등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허리를 굽힐 때 다른 운전자들이 업무 공간 내로 들어오지 않고 천천히, 안전하게 주행할 때 오히려 그분들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신체적 노동이지만 사고 현장을 처리하고 운전자의 안전이 지켜졌을 때 엄청난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김 안전순찰원도 "경찰, 소방뿐 아니라 주변 운전자들이 힘을 합쳐 사고 현장을 신속하게 해결할 때 가장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모든 운전자가 안전하게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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