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오프라인 재난'의 안전판, 언택트 산업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2 17:15

수정 2020.03.12 17:15

[여의도에서] '오프라인 재난'의 안전판, 언택트 산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얼려버린 형국이다. 올해 IT업체들의 대대적인 오프라인 행사가 발목을 잡혔다. 제조라인을 갖춘 업체들은 공장 가동의 어려움과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위협적인 이유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취소된 대형 행사는 한 손으로 꼽기에도 버겁다. 지난 2월 예정됐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취소되면서 충격을 줬다.
어도비의 '어도비 서밋', 페이스북의 'F8' 행사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구글의 초대형 콘퍼런스인 '구글 I/O'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역시 오프라인 행사는 열지 않기로 했다. IBM 역시 연례행사인 '싱크' 콘퍼런스를 취소했다. 북미 최대 콘텐츠 축제로 알려진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도 취소됐다. 34년간 지속해온 행사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최대 행사인 'MVP 서밋'도 열리지 않는다. 모두 수만명이 몰리는 주요 연례행사다.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사람이 대거 몰리는 행사는 멸종 수준이다.

기업들의 실적부진은 예고된 수순이다. 이미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는 기업이 줄을 잇는다. 투자자들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애플이 지난달 17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애플은 1·4분기 실적전망 보고서에 "올 1·4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문구를 박았다. 중국 곳곳에 있는 폭스콘 공장 생산라인이 정상화되지 않은 원인이 크다. 중국 내 소비감소 또한 여파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MS 역시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공개한 올 1·4분기 실적 잠정전망치를 보면 알 수 있다. CNBC에 따르면 MS는 "기대만큼 윈도 수요가 강하다고 보고 있지만 공급망은 예상했던 것보다 느린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며 "그 결과 윈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노트북·태블릿 브랜드인 서피스가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서 1~3월 '모어 퍼스널 컴퓨팅'사업부문에서 (실적)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역시 실적부진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를 내놨지만 오프라인 마케팅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같은 시기 전작 '갤럭시S10' 출시 때에 비해 판매 속도가 더디다. 1·4분기 실적 타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플랜B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회는 아직 있다. 비대면 중심의 '언택트(Untact)' 산업이 대안 중 하나.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배달주문이 폭증했고 클래스101 등 모바일 교육 애플리케이션 역시 급성장 추세다. IT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에 따르면 '런 더 월드' '호핀' 같은 온라인 생중계 스타트업이 최근 떠오르고 있다. 런더월드는 최근 실리콘밸리 대표적 벤처투자자인 앤드리슨 호로위츠로부터 투자받았다. 런더월드는 온라인 생중계뿐 아니라 온라인 참석자 간 실시간 네트워킹 기술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실시간 비디오 앱과 온라인 네트워킹 서비스 '링크드인'을 합친 개념이다. 시간이 흐르면 방대한 참석자 데이터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원격화상 솔루션도 빅뱅을 맞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언택트 산업이 모든 산업의 대안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19 같은 '오프라인 재난'의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많은 틈새산업이 꽃피길 기대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정보미디어부 차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