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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로금리·양적완화 재개…코로나 경제백신 통할까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QE)를 전격 재개했다. 코로나 위기가 10여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만큼이나 심각하다는 판단으로 금융위기 당시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기습적인 조치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뉴욕증시의 선물지수는 하한폭인 5%까지 추락했다. 세계의 중앙은행격인 연준에 남은 실탄이 없다는 공포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결국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 역시 바이러스가 소강되기 전까지는 막대한 '출혈'을 견디며 그동안 쌓은 면역력으로 견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연준의 3대 코로나 대응책 : 연준이 코로나에 내놓은 대응책은 Δ제로금리 Δ양적완화 Δ달러스와프 등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연준은 일요일인 15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 금리를 1.00~1.25%에서 0.00~0.25%로 1.00%포인트(p) 인하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했다. 연준은 2008년 위기에 금리를 제로로 낮췄다가 2015년 다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었다. 그러다가 중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지난해 8월 연준은 다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 위기가 닥치면서 금리는 위기 수준인 제로로 복귀한 것이다.

제로 금리와 더불어 위기에 써먹었던 또 다른 대책인 양적완화도 재개했다. 연준은 기간을 정해 놓지 않은채 코로나 위기가 잠잠해질 때까지 70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5000억달러는 국채를 매입하는 데, 나머지 2000억달러는 모기지담보증권(MBS)를 사들이는 데 쓰인다. 그만큼 시중에 돈이 풀리는 셈이다. 장기금리와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이외에도 다른 중앙은행들의 글로벌 공조도 약속했다. 연준은 캐나다은행과 영란은행, 일본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중앙은행 등이 기존 달러 스와프 협정을 통해 전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연준이 전격적으로 코로나 대응에 나선 직접적인 배경은 단기자금시장에서 유동성 경색 때문이다. 그간 월가에서는 이번 코로나 위기가 금융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며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증시가 대폭락하며 안전자산인 미 국채와 금까지도 동반하락하며 유동성 경색이 심화했다. 거의 모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일제히 달러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와 금까지도 팔아 치운 것이다.

◇ 침체 공포+연준 실탄소진에 S&P 선물 급락 : 하지만 월가에서는 연준이 오는 18일 정례 FOMC에 앞서 금리를 1%p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연준의 전격적 대응이 시장의 예상보다 빨리 나와 시기적으로는 선제적이었다. 하지만 금융 위기의 대책을 재탕한 것이라는 실망감이 더 큰 모습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가 마이너스(-)로 낮추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선물 지수의 급락에 일조했다.

연준의 긴급 대응이 나온 직후 열린 선물시장에서 S&P500 선물지수는 16일 아시아 거래 초반부터 낙폭 제한선인 5%까지 밀렸다.

코로나 위기는 경기침체 공포로 이어졌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1분기 제로(0), 2분기 마이너스(-)로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는 기존의 0.7%에서 0%로 전격 하향했고 2분기의 경우 -5%로 전망했다.

결국 S&P500 지수는 현재 2700선에서 3개월 후 2000선까지 내려 앉아 지난 금요일 13일 종가보다 27%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례적으로 금융시장 뿐 아니라 전세계 공동체에 사회적 교란을 유발했다"고 봤다.

코로나19가 빠르게 전파되면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셧다운됐다. 지난 14일 전세계 크루즈 선사들은 앞으로 30일 동안 미국 내 항만에서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호텔은 빈방이 넘쳐나고 브로드웨이부터 각종 스포츠 경기까지 중단됐고 공항은 개점휴업 상태다.

이제 시장의 방향은 연준을 포함한 정부 대책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률과 사망률 곡선에 달렸다는 분위기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더타 미국 경제연구소장은 "연준의 금리인하 조치로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례적 정책을 웃도는 롤러코스터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산컨설팅업체 BOS의 제니퍼 엘리슨 대표는 블룸버그에 "이러한 위기의 베어마켓 한복판에서는 등락폭이 거대하다"고 말했다.

◇ 하반기 V자형 회복 기대감 : 그래도 희망의 끈을 완전히 내려 놓지는 말아야 한다고 골드만삭스는 충고했다. 뉴욕 증시가 팬데믹과 같은 '사건'으로 내려 앉는 베어마켓(전고점 대비 20% 하락) 상황에서는 V자형으록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 주식전략가는 S&P500 지수가 올여름 2000선에서 바닥을 다진 후 연말 60% 급등해 3200으로 올라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의 얀 하츠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성장률이 3분기 3%, 4분기 4%로 급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대응과 같은 많은 변수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 위기 만큼이나 위기 대응을 둘러싼 긍정적 불확실성도 평소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