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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수어 통역사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6 16:59

수정 2020.03.16 16:59

수화란 음성을 사용하지 않고 시각적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언어라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수화는 만국공통어가 아니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듯 수화도 다르다.

수화법은 1760년 프랑스에서 개발된 이후 진화됐다. 독일에서는 말하기 훈련을 중시하는 구화법을 강조했다. 1980년대 이후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의 시술 보급이 늘면서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보청기를 착용하고 구화법을 사용하는 학생의 수가 수화법을 사용하는 수보다 많아졌다고 한다.
또 보청기를 낀 채 말하는 사람의 입술모양에서 말을 읽어내는 독화법을 병행하는 학생도 많다.

국내에서는 1909년 중국식 수화교육을 받아들였고,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일본식 수화교육법이 이식됐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독립된 고유언어로 인정을 받았다. 법은 수어법, 언어는 수어, 수화통역사는 수어통역사, 국립국어원이 펴낸 사전은 한국수어사전이다.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뉴스 화면 귀퉁이에 나오던 수어 통역사가 이제는 중대 발표를 하는 정부 책임자와 나란히 서서 발표 내용을 실시간으로 전해준다. 시청자 중에 "왜 마스크를 쓰지 않나" "표정을 왜 그리 사납게 짓느냐"며 꾸짖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수어 통역사들이 마스크 없이 표정을 찌푸리는 데는 사정이 있다.

수어는 손의 모양이나 움직임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까지 활용한다. 실제 의사소통에 기여하는 비중을 따지자면 손짓은 30~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70%는 표정이나 몸의 방향 등 다른 요소가 좌우한다.
같은 동작이라도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므로, 얼굴의 반을 가리는 마스크를 쓴 채 수어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36만명 농인들에게 더 정확하고 빠른 소식을 알리고자 온 힘을 다하는 수어통역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수화라는 용어는 쓰지 말아야겠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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