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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용어 알린 벤처투자 1세대 "40년 일했는데도 재밌어" [벤투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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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
1981년 업계 첫발 디딘후
벤처캐피털 한 우물만 파
LLC 형태 벤처투자사 처음 도입
기본 10년 내다보는 산업
오래 실무 할 수 있는 점 매력
오너에게 지배되는 회사 대신
파트너들이 이끄는 회사 만들고파
지난해 벤처투자(VC)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섰고 유니콘 기업도 11호까지 생겨났다. '제2 벤처붐'이 가시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벤처 생태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인만큼, 벤처투자인들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성공하는 벤처기업을 위해 최적의 시기에 최적의 투자금을 매칭시켜주는 벤처투자인들은 벤처생태계에서 또 다른 스타이다. 벤처투자 업계로의 진출을 꿈꾸거나 벤처 생태계로의 도전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VC 선배들의 성공과 실패, 도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단순히 벤처투자업체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선배 '벤처투자인(벤투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가 "돈이나 오너가 아닌 전문성 있는 파트너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가 "돈이나 오너가 아닌 전문성 있는 파트너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초창기 벤처캐피털(VC)업계로 오게 된 선배 '벤투인(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대부분 벤처투자가 뭔지도 모르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사진)도 그랬다. 민간 벤처캐피털(VC)이 만들어지기도 전인 1981년, 정 대표는 한국기술개발주식회사(지금의 KTB네트워크) 공채 1기로 입사하며 VC업계에 입문했다.

정 대표는 "'벤처투자', 'VC'란 용어도 없었다. 그땐 기술개발금융이란 단어가 있었다. 그러니 VC가 하고 싶어서 들어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며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입사하게 됐다. 당시엔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새로움이 가장 큰 매력"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입사했지만 이후 40년 동안 VC, 한 우물만 팠다. 왜 그랬을까.

정 대표는 "우선 이 산업은 사이클이 길다. 펀드를 구성하고 투자를 관리하고, 회사하는데 10년 가까이 걸린다"며 "기본적으로 사이클이 긴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오래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업계에선 자리 잡고 나면 오래 있는 사람이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재밌어서"라는 말을 했다. "매번 프로젝트가 같은 게 없다. 늘 다르고 새롭다. 할 때 마다 다르다. 다르고 새로운 것은 흥미롭다. 이쪽 업계가 오래 있어도 지치지 않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VC업계의 재밌는 일화도 소개했다. "벤처 버블이 꺼지고 상장 비리 이슈가 생길 무렵, 당시 김성진 중소기업청장이 공개석상에서 '벤처투자 자본은 사기성·투기성 자본이고, 이걸 바로잡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후 김 전 청장은 오해했다는 걸 고백하고 모태펀드를 만들고 업계에도 도움을 많이 주었다."

■"빠르게 경험 쌓고 젊을 때 오길"

VC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에겐 '준비'를 강조했다.

정 대표는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공학 전공)에 경영대학원(MBA)를 나와서 사업개발이나 재무 등 업계 경험을 쌓고 VC로 넘어오는 것이 이상적"이라면서 "VC가 사업규모는 작지만 알아야 하는 게 많다. 기본 배경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그렇다고 너무 늦으면 안 된다. 새로운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보수화될 수 있다.

특히 파트너 심사역이 되려면 1~2사이클을 겪어야 해서 VC업계에서 10년은 있어야 해서 너무 늦게 오면 불리할 순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오랜 기간 현장에서 실무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60~70대까지 현업에서 뛰는 벤처투자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오너가 아닌 파트너들이 움직이는 회사 만들고파"

1982년 우리나라에 처음 '벤처캐피털'이란 용어를 소개한 게 정 대표다. 1997년엔 현대기술투자의 창립멤버였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한책임회사(LLC) 형태의 벤처투자회사를 만든 것도 정 대표다.

벤처투자를 스포츠로 비유할 때 어떤 포지션이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코치가 아닐까"라고 답했다.

그는 "40대 초반부터 사장을 했다. 다른 업계에 있는 선배에게 '넌 직업이 사장이냐'는 소리도 들어봤다. 업계 1세대이다 보니 대표이자 선배로서 스크린(관리) 업무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에선 나이가 들어서도 현장에서 공격수처럼 뛰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많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현역에서 빨리 은퇴한 것 같아서 아쉽다. 이 업계에선 '전문성'에 경쟁력이 있는데 실무를 떠나 나만의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래 계획을 묻자 정 대표는 현재 '정성인이 없는 10년 뒤 프리미어 파트너스'를 생각하며 회사의 지배구조에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 대표는 "돈이나 오너에 의해 지배되는 회사가 아니라, 전문성 있는 파트너들이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아직 우리 업종에선 벤치마킹할 회사가 별로 없다.

이상적인 모델은 삼일회계법인이다. 나의 비전이자 우리 회사의 비전은, 내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