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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여당의 몽니..케이뱅크 벼랑 끝 내몰다 [혁신, 정치가 멈춰세웠다]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6 18:22

수정 2020.03.16 20:16

2. 인터넷전문은행법
2년전 文 "은산분리 원칙 속 운신 폭 넓혀줘야"
2년뒤 국회는 "특정기업 혜택" 법안 부결시켜
특정법률위반 대주주 자격 제한은 해외선 없어
나무만 보고 숲 못보는 사이 케이뱅크 고사 직전
'은산분리' 여당의 몽니..케이뱅크 벼랑 끝 내몰다 [혁신, 정치가 멈춰세웠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생사기로에 놓였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사실상 자본 확충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은산분리 몽니'에 결국 좌절됐다.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특혜'라는 이유로 개정안 통과를 막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쟁력 제고 vs. 특정기업 혜택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부결은 여야의 상반된 시각이 결국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개정안을 발의한 미래통합당 김종석 의원은 "현재 침체상태인 인터넷전문은행업의 신규진입을 촉진해서 국내 핀테크산업을 활성화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가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개정안"이라며 "대기업은 물론 대주주의 사금고화 우려는 전혀 없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대출 건전성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가 충분하다"며 해당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심사하는 대상 법률에서 공정거래법을 삭제키로 한 것은 KT라는 특정 기업을 위한 분명한 특혜"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은 혁신기업을 위한 것이지 불법기업을 위한 특혜나 면죄부가 되어선 결코 안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친 자도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미래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문 대통령의 핀테크 규제개혁 1호 법안이 인터넷전문은행법"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포털을 운영하거나 인터넷 전문 산업자본인데 현실적으로 공정거래법 및 독점 관련 법률에 대부분 묶여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 전문기업들이 투자는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독점규제법 때문에 대부분 처벌을 받았기에 금융위원회의 심사를 넘을 수가 없어 현실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대주주의 결격사유 중 하나인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구조가 과점 형태로 이뤄져, 혁신금융 관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기존 금융권과 동일하게 규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뒤처진 데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등 후발주자들도 무더기로 신규 인가를 내주고 있어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공정거래법 등 특정 법률 위반에 대해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표만 의식할 것이 아니라 컨트롤타워를 통해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금융분야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사기로'에 놓인 케이뱅크

지난 2018년 8월 문 대통령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현장 간담회에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제한)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이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 나아가 금융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후 여야 논의를 거쳐 지난해 1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발효됐다. 규제를 완화해 ICT기업의 투자 기회를 열어주고, 혁신금융으로의 전환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대상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이더라도 ICT회사의 자산비중이 50% 이상인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만 보유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 출범을 주도했던 KT는 지난해 3월 5900억원 규모 증자를 통해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고, 이후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 고발까지 당하면서 금융위는 지난해 4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다.

당초 자본 확충 계획이 무산되자 자본 부족에 허덕이던 케이뱅크는 대출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에는 직장인K신용대출, 직장인K마이너스통장, 비상금마이너스통장을 중단했고, 6월에는 슬림K신용대출, 일반가계신용대출 상품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에는 쇼핑머니 대출 상품마저 중단시키면서 예·적금 담보대출 외에는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만 해주는 수준에 그치는 등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자본 확충이 어려워지면서 건전성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3·4분기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85%로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BIS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관리대상이 된다. 손실도 해가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잠정 당기순손실은 897억원에 이른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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