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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 자아 찾는 데미안 2인극 뮤지컬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6 18:58

수정 2020.03.16 21:06

뮤지컬 '데미안'
[이 공연] 자아 찾는 데미안 2인극 뮤지컬로
젊은 군인 싱클레어는 전쟁터의 폐허에서 죽어간다. 홀로 남은 싱클레어는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없어 두려움에 떤다.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전쟁을 초월한 듯 유유히 걸어오는 그를 보며 싱클레어는 잊었던 옛 얼굴을 떠올린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이 독특한 2인극 뮤지컬로 재탄생됐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된 이 소설은 지난 100년간 정체성 찾기가 숙제인 청춘들을 사로잡았고, 방탄소년단의 노래 '피 땀 눈물'의 모티브가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미'(BTS팬)들의 필독서로도 주목받았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두 남녀 배우가 짝을 이뤄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번갈아 연기한다. 공연계 핫 콤비, 오세혁 작가와 다미로 작곡의 협업에 이대웅 연출의 합류로 올해 주목할 초연작으로 꼽혔다.

오세혁 작가는 3년 전 '데미안'을 다시 읽고 눈물을 흘렸던 경험을 밝히며 "배우와 관객 모두가 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얼굴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병사로 끌려온 젊은이들이 저마다 같은 얼굴로 전투를 벌이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자기 얼굴로 돌아간다'는 구절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세상·집단이 원하는 얼굴 표정을 짓고 사는 것 같아요."

배우들이 번갈아가며 두 배역을 모두 소화하기로 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대본 첫 장에 '이 작품은 남녀의 구분이 없으며 배우들이 양쪽을 다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며 "그래야 서로 잃어버린 자기의 반쪽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인지, 유승현, 전성민이 관록 있는 배우라면 김바다, 김현진, 김주연은 대학로 라이징 스타다. 오세혁 작가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길을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배우들.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들"이라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데미안의 얼굴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얼굴들이 하나로 모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우의 눈빛이나 호흡만으로 다른 얼굴로 변화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싱클레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마음의 그림자가 지는 방향에 따라, 하나의 얼굴이 저마다의 다른 얼굴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무대에는 최초부터 싱클레어 한 명만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공연은 4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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