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일문일답]이주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세 이어가기 힘들어"

뉴스1

입력 2020.03.16 20:15

수정 2020.03.16 20:1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역대 최저치인 연 0.75%가 됐다. 0%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한국은행 제공) 2020.3.16/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역대 최저치인 연 0.75%가 됐다. 0%대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이다.
(한국은행 제공) 2020.3.16/뉴스1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장도민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금융통화위원회 의장)는 16일 기준금리를 0.5%p(포인트) 내려 '0%대' 금리시대를 연 후 가장 큰 부작용으로 지목된 집값 상승 우려에 대해 "현재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높아졌고 국내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인하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금리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더욱 풍부해지며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현재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 높아졌고 국내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은 상황이어서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책을 결정할 때 늘 고려하는 요인이다. 기준금리 인하하면 가계 차입비용을 낮추고 원론적 의미에서 주택 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주택가격은 금리 외에도 정부 정책, 경기 상황,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교육 정책, 주택 수요공급 등 주택가격에 미치는 요인은 워낙 많다. 지금은 정부가 거시건정성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 중이고 정책 의지는 일관성 있게 추진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 염두에 두는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 경제활동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어떻게(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어떻게 걷어들일까)하느냐다.

-기준금리 0.5%p 인하 배경은
▶지난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코로나19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훨씬 많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경제활동 위축의 정도가 당초 예상보다 크고 그것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그 영향이 장기화할 것으로 봤다.

그런 상황에서 취약 부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그 기간 동안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그들의 차입비용을 가능한 한 큰 폭으로 낮출 필요가 있어 금통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1.50%p 내려 제로금리까지 인하했고, 많은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주요국 중 연준의 큰 폭 인하가 한은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줬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닿았다는 주장이 있다. 향후 통화정책 여력은
▶실효하한은 고정돼 있지 않다. 기준을 무엇을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자본유출, 유동성 함정, 금융안정상황을 고려한 득과 실 등 기준에 따라 다르다. 한은은 여러 가지 경제 여건 변화에 대응해 모든 수단을 망라해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실효하한이 연준의 금리 조정폭만큼 움직이는 건 이니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하는 실효하한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 외 한은이 사용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단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말할 수 없지만 모든 정책 수단을 테이블에 올렸다. 신용경색으로 금융시장 내에서 경계감이 고조돼 금융기관이 금융중개기능을 못하거나, 금융시스템 건정성 나빠지고 그게 실물경제에 전달되면 중앙은행이 나설 것이다. 이 부분에 역점을 둘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 금융중개기능, 기업 자금조달 여건 등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럴 일이 없도록 시중 유동성을 관리해 나가겠다.

-각국이 금리인하를 했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효과가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하는 건 각국의 통화정책만으로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조기에 종료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 있다고 본다.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전까진 불안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쨌든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대응 또는 공조는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은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지금 판단해도 2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그때 금리를 인하했다면 아마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보다 지금 경기 리스크 높아졌지만 그때도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고 말했다. 과거 감염병 사례보다 그 영향이 크고 오래갈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고 제로금리까지 못 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시점을 잘 골라야 한다. 재정정책과의 조화도 언급했다. 현재 경제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힘을 합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17일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되고 정부나 의회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이 시점에서 중앙은행이 나서면 위축된 경제심리 완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일 가능성은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가 3월 정점 이후 진정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때는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늘러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를 감안하면 당초 전망했던 숫자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지난번보다 아래쪽으로 갈 리스크는 훨씬 커졌다. 구체적 숫자 전망은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고 의미도 없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이 전 세계적으로 언제쯤 진정될지 전망이 가능해야 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