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돈 없어 쌀 5병이라도"…만성질환자 호소에 마스크 '쿨기부'

뉴스1

입력 2020.03.17 12:01

수정 2020.03.17 12:06

6일 한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에 A씨가 올린 쌀이 가득 담긴 2리터 짜리 생수병 5병 사진. /© 뉴스1
6일 한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에 A씨가 올린 쌀이 가득 담긴 2리터 짜리 생수병 5병 사진. /© 뉴스1


17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술집 간판에 '돈 대신 마스크로 결제 가능합니다' 문구가 적혀 있다.© 뉴스1
17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술집 간판에 '돈 대신 마스크로 결제 가능합니다' 문구가 적혀 있다.© 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마스크가 꼭 필요한데 구할 수 없어서…."

제주시 애월읍에 사는 A씨는 지난 6일 한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에 '마스크랑 교환 원해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쌀이 가득 담긴 2리터짜리 생수병 5병을 찍은 사진이 함께 첨부돼 있었다. 대략 3만 원어치다. A씨는 KF94 마스크 10장과 교환을 원한다고 했다.

자신을 '만성질환자'라고 소개한 A씨는 글 말미에 "꼭 필요한데 구할 수가 없어 교환 원합니다.

여유 있는 분은 꼭 교환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날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너무 고마워서 올립니다' 제목의 글을 추가로 올렸다.

자신과 직접 만나 쌀과 마스크를 거래하기로 한 B씨가 자신의 집까지 직접 찾아와 거래가 아닌 기부를 하고 갔기 때문이다.

B씨는 "돈이 없어 쌀이라도 드리겠다"던 A씨에게 "남는 걸 드리는 것"이라며 KF94 마스크 11장을 건넨 뒤 홀연히 사라졌다.

A씨는 "세상에는 아직 훈훈한 인정을 가진 분이 계시다는 걸 새삼 느껴 봅니다"며 "저한테는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 밖에도 제주지역 온·오프라인에서는 이른마 '마스크 쿨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쿨거래'는 번거로운 가격 협상 없이 빠르게 거래하는 온라인 거래 용어를 말한다.

A씨처럼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마스크와 교환하기 위해 반찬통·리모컨 등 생활용품부터 구두·옷 등 의류, 화장품, 책, 장난감, 주차번호판, 차량용 트렁크 우산걸이, 숙취해소제까지 다양한 중고물품을 내놓고 있다.

현금 거래와 마스크 교환을 병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중에는 '마스크 교환' 만을 거래 조건으로 내세운 사람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제주시 조천읍에서는 현금 결제와 '마스크 결제'를 함께 하고 있는 술집도 등장했다. 현재 이 술집 간판에는 '돈 대신 마스크로 결제 가능합니다. #품귀현상 #물물교환'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최근에는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장 C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대학생 손님들과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하다 일부 금액을 마스크와 교환했었다"고 했다.

사장 C씨는 "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뒤에도 다들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며 "일확천금을 꿈꾸기보다는 한두 개라도 더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필요 이상의 마스크가 들어오면 당연히 기부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