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는 이런 벌점제도의 벌점 산정방식을 현행 점검현장 수를 감안한 평균방식에서 단순 합산방식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미 '건설산업기본법' '국가계약법' 등에서 부실공사에 대해선 입찰 참가자격 제한, 더 나아가 영업정지 처분까지 강력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실효성 강화라는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고, 이미 시정된 2년이라는 기간 누적된 행위에 대한 벌점으로 적발시점의 부실에 대해 부과하는 행정제재와 동일한 처벌이 가능하냐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과도한 제재로 행위에 따른 적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단순 합산방식으로 벌점을 산정한다는 점이다. 결국 현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벌점 부과 가능성이 커져 제재가 지나치게 한쪽에 편향돼 형평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또한 벌점 강화의 전제조건이라 할 만한 납득할 수 있는 벌점 측정기준도 주관적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불명확하고 모호하며 중복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벌점의 상한이 없어 발주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점을 부과할 수 있는 문제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건설기술진흥법'상의 벌점은 '주택법'에 의거, 선분양 제한에 적용된다. 가장 낮은 제한기준, 즉 벌점이 1점만 넘어도 골조공사 3분의 1 이상 완료된 시점에나 분양할 수 있다.
사실상 사업 위험부담을 항상 안고 있는 주택사업의 특성상 공급축소는 불가피하고 분양가가 상승하는 등 주택시장의 불안을 키울 것이다. 특히 주택공급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중견·중소 건설업체는 자금 여력상 후분양을 감당하기 어려워 사실상 주택사업을 포기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이 여전한 가운데 있어 자칫 벌점 부과가 갑질의 도구가 될 수 있고, 한때 사회문제가 된 '하자 기획소송' 같은 벌점 관련 기획소송 증가로 사회적비용 낭비도 우려된다.
건설시설물의 품질과 안전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기존 벌점에서 최대 30배까지 벌점이 뛰어 중소건설업계에 사형선고나 다름없고, 건설업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정 취지가 후분양제 시행을 유도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제도 취지에 맞는 실효성 제고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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