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사상 초유 4월 개학으로 '수능 연기'도 검토…변수는?

뉴스1

입력 2020.03.17 19:15

수정 2020.03.17 19:15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3차 개학 연기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오는 23일에서 다음달 6일로 2주 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020.3.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3차 개학 연기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오는 23일에서 다음달 6일로 2주 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2020.3.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가 17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4월6일로 5주 늦추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올해 대학입시 일정 조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정 시점은 "개학 일정이 확정될 때"라며 뒤로 미뤘다.
현재로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떻게 될지 몰라 4월6일 개학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입 일정 조정을 검토할 때 최대 변수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작성 마감일이다. 고3 1학기 성적이 나와야 대입 수시모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에서는 고교 3학년 1학기까지의 학생부 성적이 반영된다. 현재 학생부 마감일은 8월31일이다.

그런데 개학이 5주 늦춰지면 중간·기말고사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4월말 5월초 치르는 중간고사는 5월말로, 6월말 7월초 실시하던 기말고사도 7월말로 미룰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도 2주 정도로 짧아질 수 있다.

올해부터는 학생부 공정성 강화를 위해 특정 교과목과 특정 학생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기록해야 한다. 학생부 마감일인 8월31일을 기준으로 학생부를 기록하고 점검할 시간에 쫓기게 된다.

수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고사를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로 대체할 수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미 1학기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라고 일선 학교에 권고했다. 학교 입장에서도 수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필고사 방식의 중간고사를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초·중학교와 달리 고3은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행평가는 정성평가인 경우가 많아 고3의 경우 자칫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라며 "중간고사를 지필고사로 시행하면 학생부를 기록하고 점검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학생부 마감일이 8월31일에서 늦춰지게 되면 9월7일 시작하는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서접수가 끝난 뒤부터 시작하는 수시전형 평가에는 통상 90일이 소요된다. 학생부 작성 마감 시점이 1~2주 밀리더라도 수시전형 평가기간을 그만큼 줄일 수 있으면 11월19일로 예정된 수능 시험 일정을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선발하는 비중이 높은 대학은 평가기간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적용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서류평가에서도 블라인드 평가가 도입된다. 이 때문에 수시전형 평가기간을 10일 이상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학생부 작성 마감 시점이 2주 이상 밀리면 11월19일 수능 시험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수시전형 평가기간을 1주일에서 10일가량 줄이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가뜩이나 공정성, 투명성 시비를 낳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로 4월6일 개학하더라도 8월31일까지 학생부 작성을 마감할 수 없게 돼 수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을 늦추게 되면 수능 일정도 조정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 역시 4월6일 개학했을 경우에도 수능 일정을 조정하지 않은 방안뿐 아니라 1주나 2주가량 연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학이 4월6일보다 더 연기된다면 학생부 작성 마감일이 더 불투명해져 수시모집과 수능 일정을 연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2017년 포항 지진 때 수능을 1주일 연기한 사례가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시모집 일정이 연기되면 당연히 수능도 연기해야 한다"라며 "8월31일까지 학생부 작성이 가능하더라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업일수가 줄었으니 조금이라도 더 수능 준비를 할 수 있게 수능을 연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논평에서 "대입 일정도 순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교총은 "4월 개학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입 준비 일정이 빠뜻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라며 "수능도 연기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좋은교사운동 역시 "학사 일정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입 일정과 수능 시험 범위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학교 현장과 수험생, 학부모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라며 "수능 시험일을 연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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