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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인]개성강한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 "역시 가성비 최고의 와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7 22:22

수정 2021.02.03 21:42

깜빠니아 등 화산재 토양에서 자라는 토착 포도품종 강렬한 기후 만나 명품 와인으로 탄생
와인리뷰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뚜르뒤뱅에서 진행한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 쇼케이스의 와인들. 왼쪽부터 베르사체 페우디 델 피시오토, 마쏘 안티코 일 포테레, 두까 디 사락냐노 빠쇼네, 비네티 델 살렌토 레젠다 골드,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리제르바, 포스타 피아나 프리미티보, 세르파라 슈페리어, 페우디 타우라시.
와인리뷰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뚜르뒤뱅에서 진행한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 쇼케이스의 와인들. 왼쪽부터 베르사체 페우디 델 피시오토, 마쏘 안티코 일 포테레, 두까 디 사락냐노 빠쇼네, 비네티 델 살렌토 레젠다 골드,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리제르바, 포스타 피아나 프리미티보, 세르파라 슈페리어, 페우디 타우라시.


[파이낸셜뉴스] 와인 매니아라고 자신하는 사람들도 이탈리아 남부 지역 와인에 대해 물어보면 굉장히 당혹스러워 한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은 와인을 빚는 포도 품종이 워낙 다양한데다 와인도 지역마다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지중해의 한 가운데에 여성의 부츠 모양을 닮은 반도 국가인 이탈리아는 행정구역과 와인산지를 일치시켜 놓은 유일한 와인 생산국가다. 그런데 이 행정구역이 무려 20개나 된다. 즉, 20개 지역마다 와인을 빚는 포도 품종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은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아 일반인은 물론 웬만한 전문가들에게도 생소한 느낌을 준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은 깜빠니아, 몰리제, 뿔리아, 바실리까타, 깔라브리아, 시칠리아, 샤르데냐 등 7개 지역을 가리킨다. 이 중 깜빠니아, 뿔리아, 바실리까타, 시칠리아 등은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따뜻한 기후를 바탕으로 화산재의 독특한 떼루아를 살려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알리아니꼬, 네로다볼라, 프리미티보 등의 토착 품종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은 중부 토스카나의 산지오베제나 북부 피에몬테의 네비올로 와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을 보여준다. 또 그레꼬, 베르멘티노, 피아노 등으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은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남부지역 와인의 또 다른 특징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품질보다는 생산량에 치중하면서 "남부지역 와인은 저가와인"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 안팎을 기점으로 와인의 품질이 확 달라졌다. 투자자들이 따뜻한 기후와 화산재 토양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와이너리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하면서 이제는 국제적으로도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점차 인정을 받고 있다.

와인전문지 와인리뷰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와인레스토랑 뚜르뒤뱅에서 이탈리아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와인을 모아놓고 한자리서 시음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선보인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은 깜빠니아, 시칠리아, 뿔리아, 바실리까타 등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 2종, 레드 와인 8종 등 총 10가지다.

와인리뷰 최훈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뚜르뒤뱅에서 열린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쇼케이스 행사에서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와인리뷰 최훈 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뚜르뒤뱅에서 열린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쇼케이스 행사에서 이탈리아 남부지역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와인리뷰 발행인인 최훈 원장은 "이탈리아 남부지역에서도 정말 좋은 와인이 많이 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어 아쉽다"며 "특히 물빠짐이 좋고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재 토양이 주를 이루는 곳에서는 정말 고품질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어 다양성 측면에서도 꼭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10가지 와인이 잔에 따라진 모습.
이탈리아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10가지 와인이 잔에 따라진 모습.


이탈리아 남부지역 토착 품종으로 만든 10가지 와인은 한결같이 개성있고 훌륭한 품질을 보였다. 이 중 '상파올로 그레꼬 디 투포'와 '세르파라 슈페리어', '비네티 델 살렌토 레젠다 골드'는 정말 뛰어난 맛과 향으로 시음 전문가들을 사로잡았다.

상파올로 그레꼬 디 투포는 더뱅셀렉션에서 국내에서 선보이는 화이트 와인으로 깜빠니아의 그레꼬 품종을 사용해 만들었다. 프랑스 샤블리의 바스락거리는 질감과 본 지역 샤르도네의 감성도 살짝 느껴지는 고급 와인이다.

또 KS와인이 국내에 들여온 세르파라 슈페리어는 40년이 넘은 올드 바인의 알리아니꼬로 만든 와인으로 진한 아로마에 묻어 올라오는 스파이시한 향이 일품이다.

비네티 델 살렌토 레젠다 골드는 프리미티보 와인의 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다. 70년 이상의 올드 바인에서 나는 포도를 수확해 20여일동안 말린 후 와인을 담그는 독특한 제조법을 사용해 진한 아로마에 화려한 부케가 매력적이다.

각 와인에 대한 시음 평가를 적는다.

상파올로 그레꼬 디 투포 와인.
상파올로 그레꼬 디 투포 와인.


1.상파올로 그레꼬 디 투포(Sanpaolo Greco di Tufo)
깜빠니아에서 생산되는 그레꼬 100%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잔에 따르면 맑은 색깔을 띠며 바스락 거리는 질감이 아주 기분좋은 와인이다. 입에 넣는 순간 프랑스 부르고뉴의 샤블리 와인이 떠오르고 삼키고 난 후에는 꼬뜨 도르의 샤르도네가 살짝 겹쳐진다. 샤블리를 좋아한다면 아주 반길만한 와인이다. 유질감이 전혀 없이 깨끗한 맛이 일품이며 아로마도 은은하게 계속 이어진다. 이 와인을 본다면 주저말고 골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듯하다. 더뱅셀렉션 수입.

2.플라네타 샤르도네(Planeta Chardonnay)
시칠리아에서 생산되는 옅은 황금빛 컬러가 특징인 샤르도네 100%로 화이트 와인이다. 향이 상당히 절제된 느낌이 나지만 입에 넣어보면 코코넛과 아몬드 맛이 확 치고 들어온다. 프렌치 바리끄에서 숙성시켜 오일리한 느낌이 강하다. 샤르도네 특유의 묵직한 바디를 가지고 있으며 산미는 강하지 않다. 플라네타는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이나 일단 기본 이상의 품질을 보여준다. 신세계L&B 수입.

3.베르사체 페우디 델 피시오토(Versace Feudi del Pisciotto)
유기농 와인 유명 생산자인 카스텔라레가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와 협업해 만들어내는 레드와인이다. 네로 다볼라로 만든 와인으로 짙은 보라색이 특징이다. 검붉은 과실향의 아로마가 상당히 강하게 올라오며 흑연을 기반으로 한 복잡한 부케도 아주 좋다. 타닌도 제법 잘 갖추고 있다. 피니시가 긴 편으로 적어도 두 숨 이상 이어진다. 맛과 향, 스토리 모두 좋은 와인이다. 연간 1만2000병 정도만 한정 생산하는데 레이블에 베르사체라는 명품 로고가 새겨져 있어 중국에서 물량을 계속 요구하고 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신동와인 수입.

4.마쏘 안티코 일 포테레(Masso Antico Il Potere)
깜빠니아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레드 와인으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착 포도 품종을 모두 섞어 만든다. 포도 품종의 비율은 제조자도 모른다. 포도를 제때 따내지 않고 넝쿨에서 며칠동안 자연 건조한 후 수확하는 알베렐로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 잔에 따라보면 보랏빛을 띠는데 림도 보랏빛이다. 입에 넣어보면 단 맛도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프리미티보 품종이 제법 많이 섞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체적인 아로마도 강하고 타닌도 두껍다. 스파이시 한 향도 올라오는 독특한 와인이다. 올빈와인 수입.

5.두까 디 사락냐노, 빠쇼네(Duca di Saragnano Passone)
뿔리아에서 만들어지는 레드 와인으로 프리미티보와 네그로 아마로를 섞어 만든다. 잔에 따라보면 프리미티보 특유의 보랏빛을 띤다. 입에 넣어보면 타닌도 강하고 검은 과실류의 아로마도 좋다. 상당히 진한 풀바디의 와인이다. 올빈와인 수입.

비네티 델 살렌토 레젠다 골드 와인.
비네티 델 살렌토 레젠다 골드 와인.


6.비네티 델 살렌토 레젠다 골드(Vigneti del Salento Leggenda Gold)
뿔리아 지역에서 프리미티보로 만든 고급 레드 와인이다. 이탈리아 와인 명가 판티니 그룹의 수석 와인메이커가 와인을 빚는다. 붉은 토양에서 자라는 수령 70~100년의 올드 바인 열매를 수확한 후 20일 정도 해풍에 자연 건조해 와인을 담근다. 와인 빚깔은 검보라색이다. 입에 넣어보면 정말 진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부케는 코코아 향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향이 난다. 정말 무거운 풀바디 와인이지만 의외로 단 맛이 없다. 판티니의 에디오찌네 와인이 언뜻 연상되지만 단맛이 없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검은색 병에 금색 글짜가 레이블을 대신하는데 이 글자들은 모두 18K 금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와이넬 수입.

7.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리제르바(Primitivo Di Manduria Reserva)
프리미티보의 산지로 유명한 뿔리아 지역에서 만든 레드 와인이다. 프리미티보 와인이지만 잔에 비치는 색깔은 의외로 엷은 루비색을 띠며 미디엄 풀바디 질감을 보인다. 입에 넣어보면 부드러운 아로마에 타닌도 잘게 쪼개져 숙성을 오래한 와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도드라지지 않아 좋다. 비니더스 수입.

8.포스타 피아나 프리미티보(posta Piana Primitivo)
뿔리아에서 나는 프리미티보 레드 와인으로 다소 옅은 보랏빛을 띤다. 아로마는 약간 단 맛을 가진 과실향이다. 프리미티보 답지 않게 다소 타닌이 적다. KS와인 수입.

세르파라 슈페리어 와인.
세르파라 슈페리어 와인.


9.세르파라 슈페리어(Serpara Superior)
바실리카타에서 나는 알리아니꼬로 만든 레드 와인. 불트레라는 화산지대에서 자라는 알리아니꼬는 정말 매력적인 맛을 보여준다. 40년 이상 자란 오래된 나무에서 얻어지는 짙은 색상의 와인은 검은 과일의 아로마와 연필심 향을 기반으로 한 우아한 부케가 일품이다. 특히 약간 노린내를 닮은 독특한 스파이시한 향은 와인을 삼킨 후에도 한참동안 계속 이어진다. 잘게 쪼개진 타닌이 아주 강하며 잇몸을 파고 든다. 2012년 빈티지임에도 아직도 힘이 좋다. KS와인 수입.

10.페우디 타우라시(Feudi Taurasi)
깜빠니아의 오염되지 않은 화산지형에서 자라는 알리아니꼬로 만든 레드 와인. 2010년 빈티지인데도 어린 와인에서 보여지는 밝은 루비색깔에 림도 보랏빛이다.
입에 넣어보면 알코올 향이 살짝 거슬리기는 하지만 아로마가 좋다. 타닌도 제법 강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잘 다스려져 있다.
날카로운 산도가 골격을 잘 이루고 있다. 무학주류 수입.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