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전광우 "미국처럼 CP매입도 고려해야…전례없는 카드 내놔야"

뉴스1

입력 2020.03.19 06:07

수정 2020.03.19 06:07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2014.1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2014.1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상황이 악화될 때를 대비해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미국 연준의 기업어음(CP) 매입, 일본 중앙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과 같은 잠재적 카드를 준비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융위원장을 맡았던 전광우(70)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9일 <뉴스1>과 전화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례없는 과감한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제위기와 인연이 깊은 위기 전문가다. 지난 1995~1997년 파리클럽 세계은행수석대표를 역임하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요청으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특보를 지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초대 금융위원장으로서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전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해 다른 차원의 불안감을 낳고 있다며 전염병이라는 특수성이 그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전염병의 특성상 모든 국가에서 잡히거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공포가 확산될 수 밖에 없어 미국 연준의 1.00%p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재개에도 불안 심리가 걷히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실물과 금융의 복합위기라는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경기 회복에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반등의 강도도 강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V자 반등은 어렵다는 얘기다.

전 이사장은 특히 "정부가 언제든지 여러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핵심포인트는 정부가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잉대응으로 비쳐 더이상 추가 카드가 없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금 상황에선 피해 기업, 개인,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그냥 기준금리를 내리고 국채를 사서 유동성을 푸는 전통적인 방법보다 더 공격적인 방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융안정기금 조성 등을 넘어 미국 연준의 CP 매입, 일본 중앙은행의 ETF 매입도 잠재적 카드로 둬야 한다고 했다.

전 이사장이 언급한 CP 매입은 미국 연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CP매입기구(CPFF)를 설치한 것을 말한다. CPFF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 운영에 필요한 단기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한 기구다. 기준금리 1%p 인하와 양적완화, 각종 지원책에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자 기업에 자금을 직접 넣는 카드를 꺼냈다. 일본 중앙은행도 증시 부양을 위해 지난 16일 ETF 매입 목표액을 연간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두배 늘렸다.

전 이사장은 코로나19 위기에서 한국 경제의 약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에 묶여 기업이 자유롭지 못했던 사실을 인정하고 기업친화적인 자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 1997년만 해도 7.1%였으나 IMF를 거치며 5.6%로 떨어졌고,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는 3.8%, 2015년 3.3%, 2018년 2.9%, 올해는 2.5% 수준이다.
내년에는 이보다 0.1%p 떨어진 2.4%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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