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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절 곳간 비운 미국, 최악 상황에서 코로나19 만났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19 11:01

수정 2020.03.19 11:01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as others speak about the coronavirus in the Cabinet Room of the White House during a meeting with representatives of American nurses, Wednesday, March 18, 2020, in Washington. (AP Photo/Alex Brandon) /뉴시스/AP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as others speak about the coronavirus in the Cabinet Room of the White House during a meeting with representatives of American nurses, Wednesday, March 18, 2020, in Washington. (AP Photo/Alex Brandon) /뉴시스/AP /사진=뉴시스 외신화상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미국의 경기대응 능력을 크게 약화시킨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민 1인당 1000달러씩 지급하는 직접 보조금과 항공사 구제금융, 보잉 구제금융 등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는 재정상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금융시장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전날 대규모 재정정책 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회 통과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이날 상승 하루만에 폭락세로 돌아섰다.

막대한 미 재정적자로 의회에서 재정정책 방안이 축소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유가 폭락, 코로나19 확산 공포 등과 겹쳐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호시절 허송세월하고, 최악 상태에서 코로나19 맞닥뜨려
CNN비즈니스는 미국이 사상최장 경기호황기에도 마치 응급실 환자를 다루듯 경기부양책들을 쏟아내며 재정을 고갈시켰다면서 최악의 상태에서 코로나19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반세기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 탄탄한 소비지출, 주식시장 초강세, 주택시장 호조 등 미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경제에는 경기부양책이라는 보약까지 더해졌다.


금리를 올려왔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 충격 등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3차례 인하했고, 의회와 백악관은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막대한 차입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엄습하기 전인 지난해 미 경제는 사상최장 호황을 이어갔지만 재정적자는 1조달러를 찍었다.

인베스코의 글로벌 시장전략 책임자 크리스티나 후퍼는 "다음 위기에 대비한 소화기를 준비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로금리·QE4
연준은 이미 통화정책 탄약이 거의 바닥나고 있다.

3일과 15일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를 0~0.25%로 끌어내리며 제로금리에 돌입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QE)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7000억달러 규모의 채권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QE로 3번째 QE가 끝난 2010년 이후 다시 4번째 QE, QE4가 개시됐다.

그러나 연준의 통화완화가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후퍼는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집을 떠나기 않기 때문에 그저 금리만 내려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매우 낮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금리가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한 반면 부작용만 불렀다는 연준의 내부인식 때문이다.

BNP파리바의 마크 하워드는 "일본과 유럽에서의 교훈은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시스템에 실질적인 도움이 못된다는 것"이라며 "대출을 자극하지 못한 대신 예금자들에 불이익을 줬다"고 말했다.

연준은 통상 경기침체기에는 기준금리를 5%포인트 인하했지만 지금은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QE4 확장 가능성도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2007년 보유 자산규모가 9000억달러 수준이던 연준은 그동안 자산을 줄여왔음에도 불구하고 4조달러가 넘는 수준에서 옴쭉달싹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자산매각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그때마다 시장이 격하게 반응해 자산감축은 사실상 실패했고, 이제 덩치가 커진 상태에서 또 다시 덩치를 불려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여력도 없고, 그렇다고 대규모 자산매입도 어려워진 상태여서 연준이 결국에는 ECB처럼 회사채, 상장주식펀드(ETF), 주식 등을 사들이는 더 파격적인 정책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 재정확대 발목 잡나
미 의회예산국(CBO)는 코로나19 이전 올해 미 재정적자가 1조달러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제 미 금융시장부터 실물경제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재정지원을 갈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재정적자 규모는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1%에도 못미치는 등 이자비용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의회에서 재정적자 급속 확대를 우려하는 일부 의원들이 지금 꼭 필요한 재정확대에 반기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길고 고통스러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재정적자를 우려한 소극적 대응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PNC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스 포처는 과감한 재정정책을 펴지 못한 것이 초기 수년간 더딘 회복세 원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같은 실수를 이번에도 반복한다며 미국은 빠져나오기가 매우 어려운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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