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8세, 투표소 가는길에]
【편집자주】만 18세의 생애 첫 투표, 그 시작을 파이낸셜뉴스가 응원합니다. 4.15 총선 페이지 오픈을 맞아 기획칼럼 '만 18세, 투표소 가는 길에'를 연재합니다. 진정한 민주시민의 권리인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만 18세들도 축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올해 4·15 총선에서 새로 투표권을 갖게 되는 만 18세 인구는 K군을 포함, 54만여명(주민등록기준)에 달한다고 하는구나. 정치적 시민의 탄생이다. 2005년 20세에서 19세로 선거연령이 확대된 이래 18세로 낮아지기까지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교육감 선거는 16세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파도 있으니 참정권 확대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부에서는 정치와 선거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특정인을 둘러싼 지지 혹은 거부로 인해 교실이나 학교가 정치의 장으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너희는 '교복 입은 유권자'들이 현실정치 상황을 스스로 알아가며 정치참여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너희들의 정치의식이 어른들을 앞서고 있다는 예가 아닌가 싶다. 나아가 몇몇 청소년들이 정부의 소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으로 헌법상 보장된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제기된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라고 하니 창의적인 문제의식과 토론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키워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참 기쁘다.
스테레오 타입에 젖어 반성 없이 행동해온 기성의 정치판에 명랑한 발상으로 무장한 진짜 '찐'들이 나타났구나. 누구한테는 존재하지만 누구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권리는 '권력'이라던 너희의 주장을 다시 떠올린다. 우리나라처럼 복합갈등 구조가 첨예한 사회에서 갈등해결의 구조적 장치 없이 너희를 정치의 장으로 불러내 복잡한 문제를 나누어지자고 한 셈이니 한편으로는 참 염치없는 노릇이다.
K군, 주권자로서 깨어있는 자세로 정치권에 만연해 있는 허위의식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키웠으면 좋겠다. 입으로만 정의와 공정을 외치면서 오히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그런 가치들을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정략적인 프레임을 정해놓고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조장 내지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 맑고 투명한 눈으로 통찰해보자. 그래서 개인과 정파의 이익보다 다수의 권리와 국민을 위해 힘쓰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보자.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전남 진도군 주민자치위원회는 집에서 키운 봄배추를 자가격리 중인 대구시민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며 보냈다고 한다. 부산에서 52년간 환자를 돌봐온 76세 의사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생애 마지막 봉사라 여기며 검체 채취에 땀을 쏟고 있다는 구나.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선한 영향력, 긍정의 힘을 믿고 주권자인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치판에 명랑한 봄씨앗을 뿌려줄 수많은 K군, 너희들이 불러올 변화의 바람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doo@fnnews.com 이두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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