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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안전판' 한미 통화스와프…물밑 협상설 '솔솔'

뉴스1

입력 2020.03.19 18:48

수정 2020.03.2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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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민정혜 기자 = 코로나19발 패닉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후 안전판' 한미 통화스와프를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미 협상이 시작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코로나19발 금융시장 혼란을 진정시키려면 한미 통화스와프 만한 게 없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강하게 공감하고 있다.

때마침 미국 내에서도 흔들리는 국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 등 주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무역 규모가 큰 주요국의 외환시장이 안정돼야하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화를 빌릴 수 있는 계약이다. 일종의 비상용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앙은행 간 최고 수준의 금융 협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외환위기 직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는 체결 소식만으로도 외화 유동성 부족을 우려하는 시장 참가자의 불안을 크게 해소하는 효과를 냈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유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통화스와프 체결 당일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177원(12.4%) 급락했고 국가부도 위험을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47bp(31.7%) 하락하며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됐다. 외환위기를 막은 일등 공신이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6일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50bp 인하를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환 건전성이 낮아질 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상당히 훌륭하고 유용한 대안"이라며 "외환시장 불안을 잠재울 훌륭한 안전판"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19일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뉴딜정책으로 비유되는 다양한 대책을 내놨음에도 금융시장의 반응이 무덤덤하자 한미 통화스와프를 빠른 시일내 체결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및 취약계층,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긴급 지원책을 내놨다. 지원책에는 회사채 시장의 신용경색을 막기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 증시 안정을 위한 증권시장안정펀드 등도 포함됐다. 한국은행도 폴리시믹스(정책공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16일 역대 3번째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75%로 0.5%p 내린 데 이어 이날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피 시장은 8% 넘게 폭락하면서 1500선 밑으로 추락했다. 달러/원 환율은 40원 치솟으며 1280원을 돌파했다. 국채 금리도 거의 전구간에서 급등했다. 주식, 원화, 국채 모두 폭락한 것이다. 달러만 사는 극단적인 현금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2월 말 기준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해외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하면 외환보유액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가)당연히 좋은 것(수단)이지만 아직 진행 상황이나 추진 여부에 대해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 유동성 정체까지 오지는 않았으나 상황 악화에 대비해 금융안전망을 최대한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한은은 캐나다, 스위스,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등 7개국 중앙은행과 '1300억달러+α'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하다는 것은 (정부나 한은도) 알고 있을 것이라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심리적인 효과도 있고, 장기적으로도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없어진다"고 했다.
다만 "(주식이나 채권을) 팔았던 외국인들이 돌아올지, 얼마나 걸릴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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