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무방비 해외 역유입 환자 때문에... 4주 연속 자가격리 ’분통‘[코로나19]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0 15:46

수정 2020.03.20 15:46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파리발 항공기 탑승객들이 입국하고 있다.뉴스1
1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파리발 항공기 탑승객들이 입국하고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부산】 국내선 여객기를 통해 무방비로 부산에 들어온 102번 환자로 인해 애꿎은 시민들만 자가격리 신세를 지게 됐다.

거기다 부산시 보건당국은 이러한 사실과는 다른 설명을 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20일 부산시 보건당국에 따르면, 102번 환자(1997년생·여성·사하구)가 지난 17일 국내선 여객기를 통해 부산에 들어올 당시 좌석은 만석이었으며, 다른 승객과의 이격거리를 두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항공사 측은 102번 환자에 대한 별도의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102번의 밀접 접촉자로 이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인원은 20명이며, 이중 18명이 같은 여객기 승객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는 앞서 102번이 국내선 여객기를 탈 당시 항공사 측과 협의를 하고 관리 조치를 통해 다른 승객과 이격거리를 두고 앉았다고 설명했다.

즉 이날 답변으로 인해 시 보건당국이 잘못된 설명을 했다는 것을 공식 인정했다.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 구멍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다.

시 보건당국과 시민의 제보를 종합해보면, 앞서 102번은 두 달여간 스페인을 여행하고 지난 16일 바르셀로나 공항을 출발해 아부다비를 경유,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허점은 이때부터 발생했다. 당시 공항 검역당국은 102번에 대한 별도의 보건교육을 한 뒤 공항 밖으로 내보냈다. 이후 택시를 이용해 김포공항으로 이동, 같은 날 오후 13시 48분께 대한항공 여객기(KE1117)를 타고 오후 4시 5분께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102번은 도보를 통해 김해공항 검역소를 찾아가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부산시 보건당국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정확하게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부합되진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도록 권고했고, 항공사와의 협조를 통해 여객기 맨 뒷자리에 앉아 다른 승객과의 이격거리를 뒀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는 “다행히 밀접 접촉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김해공항까지 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같은 여객기를 타고 왔다는 A 씨에 따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는 당시 여객기에는 자리하나 남지 않은 만석이었으며, 항공사 측은 102번에 대한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같은 여객기에 의심환자가 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보건소로부터 2주간 자가격리 행정명령 통보를 받고 난 뒤였다.

A 씨는 “그날 102번이 어디에 앉았는지도 모를 만큼 항공사에선 아무 얘기가 없었으며, 자리는 만석이었다”면서 “그러고 나서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전화를 받았을 땐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김포공항에서 발권할 때, 비행기 탈 때. 김해공항 나올 때까지 발열 체크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큰 공항을 아무 관리도 안 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과 일행은 서울 호텔서 이 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인해 또다시 이 주간 총 4주 연속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의 해외 역유입을 막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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