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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주열 총재, 내친김에 한·일 통화스와프도 해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0 17:19

수정 2020.03.20 17:19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큰일을 했다. 한은은 1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기간은 최소 6개월(9월 19일)이다. 이로써 한국은 코로나 위기에 맞설 든든한 무기를 장만했다. 통화스와프는 지금처럼 긴박할 때 서로 빌려쓰는 비상금이다. 형식은 달러·원화 스와프(교환)이지만 사실은 연준이 한국에 600억달러를 언제든 빌려준다는 뜻이다.
당장 20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이 뚝 떨어지는(원화 가치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달러 품귀 우려가 준 덕이다.

연준은 이번에 한국을 비롯해 모두 9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달러 가치가 불안하면 국제 금융시장도 덩달아 불안해진다. 달러 가치 안정에 미국과 해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인 이 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친분이 있다. 이 총재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성과를 일궜다.

이번 기회에 한은이 일본 중앙은행과도 통화스와프 협정을 다시 맺기 바란다. 사실 우리나라 통화스와프의 첫 상대는 일본이다. 외환위기 뒤인 지난 2001년 한은은 일본은행과 2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처음 맺었다. 10년 뒤 액수는 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통화스와프는 한·일 경협의 상징이 됐으나 위안부, 독도 등 해묵은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두 나라 통화스와프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5년 제로가 됐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원·엔화를 교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달러를 직접 공급받는 한·미 통화스와프만은 못하다. 하지만 엔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위기 땐 늘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수개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엔화 가치는 끄떡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라며 "실효성이 있는 방안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놓치기 아까운 카드다. 역대 최악 수준인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가 나서기보다 이 총재에게 협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하면 좋겠다.
이번만은 정경분리 원칙 아래 오로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하다.
한·미 간 600억달러에 이어 수백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까지 맺으면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한시름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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