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 직격탄]

일자리 쫓겨나는 비정규직… ‘코로나發 정리해고’ 시작됐다

항공업 등 "무급휴직으론 한계"
2월 구직급여 7819억 역대 최고
대기업들마저 희망퇴직에 돌입
저금리 약발도 기업들에 안먹혀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기업 실적부진, 폐업 등에 따른 구조조정, 대규모 실업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가 여행, 숙박, 관광운송, 공연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했지만 실적악화에 저비용항공사의 비행시간은 5분의 1 토막이 났다. 특별고용업종에서 빠진 전시업과 일부 산업,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수출 의존형인 우리 경제에서 코로나19 국면이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구조조정 등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영상 위기' 정리해고 시작됐다

22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 자회사의 하청업체인 이케이맨파워는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 따라 직원 52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회사 측은 공문을 통해 "무급휴직 지원으로 경영상 위기 극복을 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않아 정리해고에 협의한다"고 밝혔다.

고용시장의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부터 코로나19발 고용한파가 불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실태조사 결과 10만명의 학교 비정규직은 개학 연기로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고, 인천공항 면세점 하청업체 직원은 무급휴직 동의서에 강제적으로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파견 간병노동자, 대학 청소노동자 등도 제대로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잃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정이 그나마 나은 대기업들은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초,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했다. 삼성중공업, 르노삼성자동차 등은 상시 희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932억원 지급됐던 구직급여는 1월 7336억원으로 늘었고, 2월에는 781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직원 해고 대신 휴업 등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기업에 지급되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청기업은 이달 3일 4408곳에서 17일 만에 1만7064개로 급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고용시장 안정과 실업자의 재취업을 위해 고용안정기금을 운영해 구직급여와 고용안정기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감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충당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한파 이제 시작…장기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전염병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밸류체인(공급망) 위기→유동성 위기→외환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저금리를 통해 돈을 풀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이 가능했다"며 "현재는 금리가 낮아도 기업들이 장사가 안 되고 이익이 줄어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저금리에 기대어 살아남은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들이 퇴출되고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과거 금융위기 당시에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환부(원인)를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치료 불명의 전염병이 원인이라 그마저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와 아시아,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전 세계로 번졌다"며 "이번 사태는 전 세계에서 발생해 과거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8일 코로나19 여파로 실업자가 최소 530만명에서 최대 247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세종 대통령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경제상황 악화로 기업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유혹에 직면할 수 있다"며 "정부가 무급휴직 등에 대해 노사 간 협의 조정을 지원하고, 노조 역시 무리한 파업은 피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비정규직을 위한 공공일자리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