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사처, 정부 인사혁신 이끈다… 본부 과장 40% ‘7·9급’ 출신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2 17:16

수정 2020.03.22 21:36

‘과장은 고시 출신’ 고정관념 타파
9급 출신 2급 고위공무원 탄생도
역량 중심 평가로 공정한 승진 보장
전문성 강화 신입교육 6개월 지속
지난 1월 13일 인사혁신처 신규직원 전문교육 과정 운영에서 신입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지난 1월 13일 인사혁신처 신규직원 전문교육 과정 운영에서 신입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인사혁신처 제공
인사처, 정부 인사혁신 이끈다… 본부 과장 40% ‘7·9급’ 출신

국가 공무원 인사제도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가 전문성, 공정성 강화를 선도하는 인사혁신 정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인사처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정부 인사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다. 연공서열이 아닌 개인 직무역량에 따른 성과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역량 향상도 공무원 개개인에게 맡겨두지 않았다.
신규직원 교육서부터 중간관리자까지 역량 강화 시스템을 갖췄다.

이같은 노력 끝에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9급 출신 2급 고위공무원이 탄생했으며, 주로 고시 출신에게만 기회가 돌아갔던 본부 과장급에도 7·9급 출신이 늘고 있다.

■신입교육, 1일→6개월

22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신규직원 전문교육 과정이 처음 도입됐다. 기존에 오리엔테이션 형태로 하루 진행했던 신규직원 교육을 최장 6개월로 늘렸다. 단 하루 인사처에 대한 소개와 업무방식 등을 교육한 후 각 부서에 배치돼 도제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다보니 어떤 사수를 만나느냐에 따라 큰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올해 입사하는 신규 직원은 먼저 5일 간 복무·윤리·채용·교육훈련·성과평가 등 인사제도 전반에 대해 교육받는다. 이후 이러닝, 집합평가 등을 통해 6개월 간 지속적으로 교육 정도를 관리한다.

오는 3월부터는 '인사제도 전문가 양성과정'도 신설한다. 재직 중인 직원들의 학습동기 부여를 위해서다. 인사제도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자격형태의 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이수자는 추후 보직 지원 때 우선권을 부여한다. 4월부터는 팀장급(4·5급)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역량 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해 미래 관리자를 양성하고 조직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승진' 연공서열 no! 업무능력 ok!

역량 중심의 평가를 통해 공정한 승진 과정도 보장하고 있다. 사무관 승진 역량 평가가 대표적이다. 6급→5급 승진 시 별도 평가가 없었지만 작년부터 보고서 작성 능력 등을 평가해 통과자만 승진할 수 있게 됐다. 육아휴직 등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A사무관의 경우 6급 주무관 9년 차던 지난해, 4년간의 육아휴직 경력에도 불구하고 역량평가와 업무실적을 토대로 심사를 통과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역량만 갖추면 육아휴직을 다녀와도 승진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기관(4급) 승진 절차도 좀 더 꼼꼼하게 설계했다. 1단계 심사에서 2단계 심사로 확대했고 연공서열과 '국·관'별 안배에 구애 받지 않는 공정심사 절차를 마련했다. 그 결과 작년 8월, 6명의 4급 승진자 중 3명이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업무실적으로 승진했다. 작년 11월에는 7명의 5급 승진자 중 3명이 1개 국 내에서 승진했다. 인사처에는 5개 국, 3개 관이 있다.

■9급 출신, 38년만에 고공단 진입

이같은 노력 덕분에 타 부처에서는 아직 요원한 성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한순 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은 올 1월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한지 38년만에 고위공무원단(2급)이 됐다.

현재 인사처 본부 과장 직위도 40%가 7·9급 출신이다. 과장은 주로 고시(5급) 출신이 맡는다는 게 공직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올해 1월 부터 심사임용과장을 맡고 있는 임병근 과장은 9급 출신이다. 사무관, 서기관 시절 7년간 심사임용과 근무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7급 출신 윤동호 과장도 인사정책 업무만 29년 수행했다. 현재 인사조직과장으로 인사처 내부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순환근무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공무원은 보통 1~2년마다 자리를 옮긴다.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사처는 팀장급 주요 직위에 대해 근무평가, 성과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장기근무를 보장했다. 현재 인사처 핵심 업무인 보임, 인사·감사, 예산 분야 담당 팀장들은 각각 5년6개월, 6년2개월, 4년9개월 째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이밖에도 인사처는 승진 및 전보원칙, 인재개발 강화 등의 인사운영 방향을 바탕으로 이러한 인사혁신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업무수행 과정에서 적극행정으로 성과를 창출한 경우 특별승진을 실시하고 우수공무원 포상을 확대한다.


김우호 차장은 "인사혁신의 현장 적용 과정에서 '굴절'을 최소화하고 타 부처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처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며 "타 부처가 선뜻 하지 못하는 시도를 우리가 먼저 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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