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코로나 방역' 계기로 북미 대화 숨통 트이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2 17:38

수정 2020.03.22 17:38

트럼프, 김정은에 친서 보내
대선 국면 北관리 차원 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코로나19 감염증 방역 공조를 제안하는 친서를 보내고 북한이 이에 원론적 태도이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남북미 코로나19 감염증 방역 공조 논의를 통한 북미간 대화에도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북미는 지난해 북핵 협상 결렬 후 올해까지 좀처럼 대화 재개를 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코로나 감염증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에 코로나 방역 공조 개시를 명분으로 전방위로 설득을 이어온 점에서 우리 정부의 다음 행보도 주목을 끌게 됐다.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 미국이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 사태에서 인민을 보호하고자 애쓰는 김 위원장의 노력에 감동했다"고 말했고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 긴밀한 연계를 이어가자는 뜻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외교 재가동은 여러 해석에도 무엇보다 미 대선 국면에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에 김여정도 "북미관계와 발전은 두 수뇌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놓고 섣불리 평가하고 전망, 기대해서는 더 안 된다"면서 경계의 목소리도 내놨다. 그러면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미국이)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에로 줄달음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의 이 말은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제재완화와 체제안전 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황 개선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라고 평가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올해 두 번째다. 또 북한이 '북한판' 에이태킴스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을 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번 친서에서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언급도 일체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북한에 '면죄부'를 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어떤 종료의 탄도미사일도 발사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은 여기에 구애받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단거리의 경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하는 대신 방역 협조라는 당근을 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최근 북한의 도발 속에서도 친서를 보내 방역 협력을 하자는 뜻을 밝힌 가장 중요한 의도는 역시 레드라인 관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즉 올해 말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관심 속에 도발 강도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자신이 설정한 금도를 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돌발적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박 교수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한 중국이 전 세계로 방역 지원의 손을 뻗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 '미국은 뭘 하느냐'라는 여론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응한 차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실질적인 관계 개선보다는 상황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북한 역시 아무 것도 얻어낸 것이 없는 제2의 '하노이 회담'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밝혔기 때문에 이번 친서 외교 국면도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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