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빗나간 코로나 증시 예측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3 16:49

수정 2020.03.23 16:49

[기자수첩] 빗나간 코로나 증시 예측
지난 1987년 10월 12일 리먼브러더스의 애널리스트인 일레인 가자렐리는 "증시 대폭락이 임박했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정확히 1주일 후 다우지수는 22.6% 떨어졌다. 우리가 통상 '블랙 먼데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날이다.

가자렐리는 이 예측 덕분에 월가의 유명인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가혹했다. 모두가 그의 입을 주목했지만 이후에는 빗나간 예측이 이어졌다.
1996년 7월에는 미국증시가 당시 고점에서 15~2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듬해 11월까지 다우지수는 45%나 올랐다.

굳이 33년 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만큼 증시 예측은 어렵고,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변동성 장세 속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연말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뚫고 더 떨어졌다. 애초 '툴'이 잘못됐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그간 나온 증권사 전망 보고서는 많은 부분 2003년의 사스, 2015년의 메르스와 비교하거나 2000년 이후 급락 시기의 통계를 기초로 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 담당자들의 SNS나 메신저에서 "자신이 없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같은 문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전망을 줄이기보다는 더 많이, 더 자주 내서 확률을 높이는 것은 어떨까. 돈이 되지 않아 증권사마다 리서치센터 몸집을 줄인 탓에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본격적인 리포트 유료화도 검토해볼 만하다.

최근 폭락장 속에서 개인투자자만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에게는 리서치센터가 '길잡이'다.
다만 지나치게 기관 중심이라는 우려는 불식해야 한다. 최근 개인들이 즐겨 산 코로나19 관련 종목 등을 비롯, 중소형 종목에 대한 리포트도 많아졌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증권사 리포트는 기관이 종목을 사들일 때 어떤 이유로 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시각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기사 댓글 중 '증권사에서 제시하는 반대로만 투자하면 된다'는 문장을 보지 않길 기대한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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