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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외면받은 ESS 배터리 업체.. 해외서는 급성장 '품질 신뢰' 여전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3 17:41

수정 2020.03.23 17:41

작년 국내 ESS시장 11억弗 ↓
북미·유럽시장에선 두배 껑충
삼성SDI, 글로벌시장점유율 1위
지난 2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국내 화재 원인이 배터리라고 지목된 이후에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ESS 배터리 해외 수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는 ESS 화재 원인을 배터리로 돌리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제품에 대해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ESS시장 환경도 국내에서는 ESS 화재사고 등으로 고사되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큰 폭으로 성장해 대조를 이뤘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 배터리 제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이 지난 2월 ESS 화재사고 조사단의 화재발생 원인 발표 이후에도 해외에서 수 십건의 ESS 배터리를 수주했다. 지난 2월 이후 양사가 수주한 ESS 실적은 각각 10여건을 넘었다. 특히 LG화학은 최근 LG전자가 미국 하와이주 정부에 ESS를 공급하는데 배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로 발주 기업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2월 사고원인 발표 후에도 해외 수주는 큰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는 향후 해외 수주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도 국내 ESS 배터리 업체들의 점유율도 높고 제품도 우수하기 때문에 꾸준하게 영업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내 조사단의 발표가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SS사고 조사단은 지난 2월 지난해 8월 30일∼10월 27일 발생한 5건의 화재사고를 조사한 결과 개별 사업장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배터리 이상이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2017년 8월부터 ESS 사업장 화재가 발생하면서 ESS 시장이 고사 위기를 겪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국내 ESS시장 규모는 15억달러였지만 2019년에는 4억2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반면 북미와 유럽은 같은 기간 각각 5억2000만달러, 4억1000만달러에서 9억 달러, 6억2000만달러 시장으로 성장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올해는 북미 시장이 한국에 비해 4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오는 2024년에는 10배 차이가 날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는 확실치도 않은 근거로 ESS화재의 원인 추정을 배터리라고 발표해 영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의 경우는 ESS안전 조치들이 모두 취해지고 조금씩 가동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ESS시장 점유율은 삼성SDI가 28%로 글로벌 1위를, LG화학이 23%로 2위를 차지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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