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야 뭐 하니?

[만 18세, 투표소 가는길에]

【편집자주】만 18세의 생애 첫 투표, 그 시작을 파이낸셜뉴스가 응원합니다. 4.15 총선 페이지 오픈을 맞아 기획칼럼 '만 18세, 투표소 가는 길에'를 연재합니다. 진정한 민주시민의 권리인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만 18세들에게도 축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서울시내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K군,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떠나보낸 무고한 목숨 앞에 웃음을 잃어버린 그 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믿음마저 가질 수 없음을 기울어가는 세월호는 증명하고 있는 듯 했다. 누군가는 사고라 했고 누군가는 사건이라고 했다.

환호하던 인공지능의 역량도 아무런 소용없는 바이러스의 공습 앞에,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과문(寡聞)한 탓일까.

바이러스로부터 유일한 보호막인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야 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슬며시 피하게 됐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모습들이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눈을 뜨고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보도된 어느 대구시민의 하소연이 가슴을 때린다.

기저질환을 앓던 노인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사망소식도 자주 접하게 됐다. 네 또래의 고교생은 영문도 모른 채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안타까운 개별적 목숨의 무게는 수량화되어 뿌려지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는 역사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새삼 깨닫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에 마련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K군,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에 닥쳤다. 의료진,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과 생업을 버리면서까지 방역당국의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선량한 시민 각자의 바이러스 극복의지가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는 요즘 한 표의 무게를 절감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아무개는 참 정치적이야”라고 말할 때 음모, 계산, 술수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만큼 정치가 우리 사회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퇴행시키거나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 코로나19와 관련해 전문가를 제쳐두고 설익은 정책을 내놓아 혼란을 부채질하거나 콩 놔라, 팥 놔라 어쭙잖은 훈수로 국민들 분노를 키운다. 의료진이 목숨을 담보로 구슬땀을 흘려 거둔 다소의 성과 앞에 숟가락을 얹는 행위 등은 모두 정치적이다.

특히 다양한 유권자의 선택을 국회 의석에 반영한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놓고는 너도나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쓴웃음을 짓게 하더니 급기야 ‘횡포에 맞서는 정당방위’니 ‘도둑 잡는 경찰론’이니 합리화에 나서는 오늘의 블랙코미디는 정치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정치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그래서 알려줘야 한다. 선거의 성찬에 단골로 등장해서는 슬그머니 사라지는 정의와 공정의 구호, 허울뿐인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 다수결을 내세워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지 않는 구시대적 정치행위로는 더 이상 주권자인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도, 속일 수도 없다는 사실을.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사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는다고 하지. 그(그녀)와 함께 하는 현재의 순간이 중요하기 때문일 테다.
그런 점에서 보편적인 가치규범마저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쏟아내는 온갖 미사여구 속껍데기를 판별해낼 안목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K군, 곧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할 너에게 경쾌한 걸음을 시작하라고 격려하기보다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주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구나. 그러나 "도대체 정치는 뭐하는 거야"라는 근원적인 질문 앞에 행동으로 보여줄 후보자를 가리는 것, 그게 유권자의 권리이자 책임이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 가슴 속에 표류하고 있는 세월호의 슬픈 항해는 이제 끝내고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안전국가를 만드는 첫걸음은 너희들의 투표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믿는다. 도전적이고, 건강하고, 당당한 한 표가 갖고 올 변화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두영 경영지원실장 do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