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메르스 겪으며 재난훈련… 코로나19 신속 대응 가능해졌죠" [fn이사람]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4 18:34

수정 2020.03.24 18:34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신용승 원장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법 개발
검사시간 24 → 6시간으로 단축
사람·동물 등 고려한 '원헬스’ 제안
"메르스 겪으며 재난훈련… 코로나19 신속 대응 가능해졌죠" [fn이사람]
"코로나19 전파 속도만큼이나 신속하게 추적하고 있는 검사시스템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검사 역량이 첫 번째 지역사회 전파자도 찾아낼 수 있었다."

신용승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사진)은 24일 신종 감염병과의 전쟁은 바이러스 확산과 검사 속도의 경쟁이라며 "그간 꾸준한 준비가 이 같은 신속한 검사 능력의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핵산(RNA)을 활용,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진단한다"며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특정할 수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 구간을 인정받은 독일과 네덜란드 공동연구그룹이 제시한 정보를 받아들여 검사법 개발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환자 발생 이후에는 검사시간을 24시간에서 6시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한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법을 개발했는데, 이틀 만에 교육과 검사의 신뢰도를 검증한 후 1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확진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신속한 초기단계 진단기술 개발이 가능했던 것은 그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들을 관리하며 꾸준히 준비해왔던 경험 덕분이라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직도 연간 200~300명의 메르스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국의 17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2~3일에 한번꼴로 신종 감염병 대응 재난훈련을 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일선에서 밀려드는 검사를 정해진 시간 내에 수행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는 "양성과 음성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이때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양성을 음성으로 잘못 판단할 경우 방역망에 구멍이 생겨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재난에 대비해 단계별로 투입 가능한 충분한 수의 감염병 진단인력 확보와 양성이 중요하다는 게 신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 신종 감염병의 75%가량이 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며 "이는 기존 의료체계로는 감시가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제라도 모두의 건강을 위해 사람과 동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방법인 '원헬스' 연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잠시 멈춤'에 대한 동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신 원장은 "시민 모두 감염병 예방 행동수칙을 준수하고, 단체 모임을 자제하는 등 일시적이라도 '잠시 멈춤'을 실천해야 한다"며 "평안할 때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잊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옛말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