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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바이러스 이후 중국의 新인프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5 16:56

수정 2020.03.25 16:56

[fn논단] 바이러스 이후 중국의 新인프라
바이러스의 공포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한창 전이되던 지난 4일 중국 정부는 총 34조위안(약 580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GDP의 30%가 넘는 규모로 역대급 재정지출 계획을 발표한 것이었으나 이후 연이은 미국의 증시 폭락과 금융 불안감의 글로벌한 확산 속에서 주목받지 못한 뉴스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돈 풀기 계획엔 변함이 없다.

과거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는 정부 지출을 막대한 규모로 늘려서 경기부양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었다. 당시 인프라 투자의 주된 콘셉트는 농촌의 도시화였고, 도시화를 위해 필요했던 것은 고속도로와 철도, 공항이었다. 1만㎞가 넘는 고속철도가 중국 지도를 바둑판처럼 장식했고, 결과 중국의 고속철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게 되었다.
경제성장률 또한 수년간 9%에서 10%대를 지속할 수 있었고, 중국의 도시화율 또한 현격히 상승하는 성과를 이뤄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중국이 바이러스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집중할 인프라는 과연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이 시대의 '신(新)인프라' 영역으로 5G,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산업인터넷, 전기충전소, 고압 송전망을 꼽았다. 중국의 돈풀기는 이제 토건산업이 아닌 4차 산업혁명의 미래 기술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 것이다. 중국 이동통신사들은 올해 말까지 60만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5G망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카드로 활용된다면 중국의 5G 통신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단숨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이미 중국의 화웨이, ZTE는 5G 통신장비 특허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고, 실제 글로벌 특허출원 양 측면에서 각 1등, 3등을 기록하고 있다.

5G망이 데이터 제국 중국의 핏줄과 같다면 데이터센터는 심장에 비유할 수 있다. 데이터가 원활히 돌아가려면 전국적으로 대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보급의 확산을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었었다. 중국의 클라우드 산업도 본격 고성장 단계에 들어섰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문은 매년 60%가 넘는 높은 성장성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바이러스 확진자의 자가격리와 동선 관리에 데이터 플랫폼과 인공지능 기술을 십분 활용했다. 중국 거의 모든 인민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인 텐센트의 위챗은 모바일QR코드로 통행증을 발급했고, 통행증이 없으면 마음대로 외출하지도 못했다. 도로와 지하철, 대부분의 공공장소에 장착된 인공지능 이미지 인식 고해상도 감시카메라를 통해 인민의 신분과 동선을 철저히 관리했다. 중국 정부의 신인프라의 종착지는 인공지능이다. 데이터를 가공해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인공지능 산업은 5G 망과 데이터센터, 그리고 텐센트 알리바바와 같은 데이터플랫폼의 영향력 확장 속에서 더욱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제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은 전통산업 공장 현장까지 침투할 계획이며, 이를 산업인터넷으로 명명했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데이터 산업은 민영기업들의 주도하에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속성장을 이룩했다면 이제는 중국 정부 경기부양책의 대상이 되어 신인프라라는 명목하에 중국의 데이터 연계 산업 전반에 걸쳐 퀀텀점프가 예상된다. 한국도 경기부양이 절실하다.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미래적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집중해 데이터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를 가속화할 기회로 삼아야 할 시점이다.

정주용 비전크리에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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