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밝히는 사람들]

살피고 구하고 지킨다 ' 북한산 어벤저스' 국립공원공단 특수산악구조대

빙벽등반 국가대표 출신 등
산악 베테랑들로 구성
국립공원 입구에서 사무실까지
매일 2㎞ 넘게 등반하며 출근
사고난 탐방객 구조·응급치료 기본
자연자원 보호·안전시설 보수도
요즘은 코로나가 또다른 변수
구조하고 인계한 환자 체온 높아
검사하는 동안 대원들 격리되기도

박기성 도봉특수산악구조대장이 산악 안전점검에 나서기 전에 대원들의 장비를 직접 점검해주고 있다.사진=김문희 기자
일부 대원들은 상황실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요 탐방로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특수산악구조대는 총 23명으로 구성됐다.사진=김문희 기자
즐거운 산행에서 의도치 않은 사고를 맞닥뜨렸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 나를 도와줄 사람은 누굴까. 북한산 중턱에서 사고 위험에 처한 탐방객들을 위해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24시간 근무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특수산악구조대다. 국립공원공단은 의무경찰제도 폐지로 지난해 1월 경찰 산악구조대가 북한산에서 철수하면서 구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곧바로 지난해 2월부터 특수산악구조대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2년째 활동 중인 특수산악구조대 대원들은 모두 빙벽등반(아이스클라이밍) 전 국가대표 선수 등 실력이 검증된 인력이다. 지난 21일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에서 한 시간여 산을 올라 특수산악구조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수구조대원들의 특수한 출근길 2.27㎞

특수산악구조대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북한산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도봉분소로부터 약 2.27㎞를 한 시간여 걸어 올라야 비로소 도봉특수산악구조대 사무실에 다다를 수 있었다.

특수산악구조대원들에게는 매일 걸어 올라야 하는 출근길이 2㎞가 넘는 셈이다.

박기성 북한산국립공원 도봉특수산악구조대장(53)은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사무실로 향하는 출근길에는 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쓰레기 수거도 하고 문제점은 없는지 주변을 살피면서 걸어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며 "그냥 다니는 것이 아니라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기도 해 이를 살피기도 하고 사고예방을 위한 표지판이 잘 있는지 사전에 점검하며 오른다"고 말했다.

이들 특수산악구조대가 맡은 일은 사고 발생 시 탐방객을 응급치료하고 구조하는 업무 외에도 자연자원 보호, 희귀 동식물 복원, 안전시설 설치 및 보수를 통한 탐방객 안전사고 예방 등 다양하다. 또 봄철 해빙기를 맞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 22일부터 오는 4월 3일까지 민관 합동으로 북한산국립공원 내 낙석 위험지역에 대한 안전 점검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안전 점검은 봄철 해빙기에 얼음이 녹는 과정에서 낙석이 발생하기 쉬워 사전점검을 통해 안전사고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취지로 매년 진행된다. 이 기간 낙석 위험으로 점검지역 주변은 탐방객 출입이 통제된다.

특수산악구조대 관계자는 "낙석이 우려되는 바위에는 틈이 어떤 각도로 얼마나 벌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장비를 설치해두고 오갈 때마다 상태를 지켜본다"고 전했다.

북한산국립공원 도봉특수산악구조대 신주한 대원의 스케줄러
■"안전제일" 샛길산행 금지

북한산국립공원은 암릉·암벽이 많아 암릉 등반을 즐기기 위해 찾는 탐방객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무분별하게 암벽을 타다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다.

이날도 국립공원 측에 사전에 알리지 않고 암벽등반을 하는 이들이 발견됐다. 특수산악구조대와 안전점검차 산을 오르던 중 '위잉드르르르르' 소리와 함께 암벽에 고리를 달기 위해 바위를 드릴로 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민영 도봉특수산악구조대원(48)은 즉각 이들을 향해 "등반을 중지하고 (바위 위로) 올라가라"고 경고했다.

김상만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 재난안전과 팀장은 "과거에는 부주의하게 암벽을 타고 다니는 분들이 있어 실족으로 인한 골절 등 인명피해가 있었다"며 "최근에는 사고위험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단속을 하고 나니 사고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수구조대원들은 이날 비법정탐방로(샛길)를 다니는 탐방객들과 출입금지구역에 올라선 이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안으로 들어가시라'고 지도했다.

호기심에 법정탐방로가 아닌 비법정탐방로로 다닐 경우 만일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특수산악구조대가 사고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북한산국립공원공단은 정규탐방로 약 0.5㎞ 지점마다 다목적위치표지판을 설치해 탐방객들이 사고발생 또는 도움 요청 시 위치를 알리기 쉽도록 했다.

다목적위치표지판은 탐방로별로 매겨진 번호 두자리와 시작점에서부터 0.5㎞ 간격으로 몇번째 위치인지 알 수 있도록 숫자로 표기했다. 또 국가지정번호를 비롯해 공원사무소 전화번호도 함께 알아보기 쉽도록 설치했다. 과거 산악회별로 나뭇가지에 탐방로 지점을 표시해둔 리본 등 설치물은 미관상 모두 제거했다.

김상만 팀장은 "실종신고를 하더라도 기지국이 많고 자칫하면 능선 너머 산 반대편으로 위치가 잡힐 수 있어 이 같은 다목적위치표지판은 필수"라며 "현재 북한산국립공원에 300여개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한때 격리소동 벌어지기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산국립공원 특수구조대도 한때 일부 대원이 격리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14일 오후 1시28분께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지구를 찾은 한 탐방객의 다리 골절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구조대원들은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골절 사고였기 때문에 기본적인 응급조치 후 소방청에 요청해 헬기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환자를 안전하게 인계하고 한숨을 돌리던 사이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의 체온이 정상체온보다 높은 38도였던 것이다.

이날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박기성 대장을 비롯한 총 4명의 구조대원은 즉각 구조대 사무실 내부 별도의 방에 들어가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다. 환자를 직접 만졌던 대원 3명은 자체 격리실에 머물도록 하고, 박 대장은 외부 텐트를 치고 들어가 수시간을 보냈다.

해당 환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이 나 격리조치는 두 시간여 만에 해제됐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박 대장은 "요즘은 코로나19로 사고 출동 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마스크와 장갑을 반드시 끼고 응대하도록 하고 있다"며 "출동 후 환자의 체온을 먼저 측정하고, 체온 미측정 시 헬기를 부르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술 문화가 관대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산행을 할 때 음주를 하시다 다치는 분들이 많다"며 "여가활동이 어려운 노년층이 많이 오다 보니 신체적 근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음주를 해 낙상해 얼굴을 다치거나 손목, 발목골절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며 "산행 시 술을 안 드시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10㎏ 배낭 메고 산에 오르는 산악 베테랑들

지난해 창설 이후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든 북한산국립공원 도봉특수산악구조대는 총 23명으로 구성됐다. 햇수로 2년째이지만 이들의 산악 실력만큼은 베테랑이다.

처음 특수산악구조대를 창설한다고 했을 때 경쟁률은 3대 1에 달했다. 도봉특수산악구조대원들은 아이스클라이밍 전 국가대표 선수를 비롯해 다양한 산악 경험을 갖춘 산악안전 특화 인재들이다. 박 대장만 해도 산과의 인연이 30여년에 이른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 안팎의 배낭을 메고 산에 오른다. 배낭 안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응급처치 세트(신체부위별 부목, 압박붕대, 뿌리는 파스 등), 들것, 자일 등 암벽구조장비, 무전기 등 구조 관련 장비가 들어 있다.
구조 요청 시 평지가 아닌 산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야 하는 만큼 등반기술과 지형숙지를 위한 교육훈련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박 대장은 "전문 의료인이 아니다 보니 구조대원으로서 숙지하고 숙달하는 과정이 필요해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학습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매듭법, 붕대, 응급처치 관련 교육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악특수구조대원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 박 대장은 "산을 찾은 탐방객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는 게 바로 보람 아니겠느냐"면서도 "사실 당연한 일이라 보람이라고 하기 멋쩍다"며 웃어 보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