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한파를 겪을 때마다 한쪽에선 세계 유일의 우리나라 봄 신학기제를 탓하는 목소리가 흔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북반구 나라들은 대부분 9월에 새학년을 시작한다.
9월 신학기 체제에선 꽃피는 봄날 입시가 가능하다. 학부형들은 더 이상 시험날 교문 앞에서 맹추위와 싸우며 기도를 올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질적인 득은 글로벌 기준에도 맞아 학생들 국제교류가 용이해진다는 점이다. 학기가 달라 해외로 간 유학생뿐 아니라 국내로 온 외국 학생들도 최대 1년을 손해봤다. 방학인 듯 아닌 듯, 애매한 봄방학 문제도 해결된다. 긴 여름방학을 새학년 준비기간으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대대적 학사일정 개편, 이와 맞물린 취업시장 판도 변화 등 사회적 비용만 수조원에 이른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문민정부 이후 수차례 9월 학기제가 논의가 있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한 것은 합의 불가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때아닌 바이러스가 초유의 개학 연기에 이어 이번엔 9월 학기제 개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이 "아직은 아니다"라며 신중론을 보이고 있지만, 개학 공포감이 이를 더욱 부추기는 것도 같다. 2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전국 성인 500명 중 49%가 '4월 개학'에, 32.4%가 '9월 개학'에 찬성의 뜻을 보였다. 번번이 실패한 9월 학기제라는 난제를 코로나19가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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