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묶인 65세 할머니·9세 손녀의 슬픈 사연

자료사진 2018.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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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요?"

초등학교 2학년 아홉살 손녀와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마흔 한살의 큰아들까지 요즘 '두명의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고 말한 김정화씨(가명·65·여)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정화씨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지면서 손녀 지민(가명)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날이 지속되고 있다. 손녀를 돌보느라 생계를 위해 해오던 폐지·고물수거 일에도 시간을 내기 어려워졌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집에 있다보니 1시간도 집을 비우기 힘들다.

코로나 때문인지 거리에 나오는 폐지와 고물의 양도 줄었고 고물상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수출이 안 된다'며 가격을 낮춰 부른다.

"요즘 같은 경우에는 고물을 주워서 한달에 10만원 벌기도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은 하루종일 주우러 다녀서 더 벌 수도 있겠는데 저는 그럴 상황이 안 돼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며 스스로 밥이라도 챙겨 먹을 텐데 그런 상황도 아닙니다." 요즘 정화씨의 얼굴에는 주름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손녀 지민이는 지난해 1월 흉선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은아들의 딸이다. 며느리는 지난 2017년 작은아들이 암 판정을 받자 보험금을 가지고 집을 나갔지만 지민이를 데려가지않았다. 정화씨는 그때부터 작은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년6개월 넘게 병간호를 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남은 건 병원비와 아들이 생전에 사용했던 카드값, 그리고 어린 손녀뿐이었다. 정화씨에게는 따로 살고 있는 딸도 한명 있지만 건강이 나빠 생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 딸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정화씨는 정부의 생계 보조를 받을 수 없다.

고물을 주워 번 돈 20여만원과 지민이에게 나오는 70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생계를 위한 수입의 전부였다. 코로나 사태이후 그나마 고물수입도 10만원 대로 반 토막 났다. 아들이 남긴 빚과 현재 살고 있는 집 대출 상환에 매달 116만원이 나간다. 정화씨는 "애기를 맡길 데라도 있으면 나가서 다른 일이라도 할 텐데 어떻게 방법이 없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정화씨는 최근 정부가 온라인 개학을 계획하고 있는 것에도 걱정이 많다. 손녀가 학교에 나가지 못해 일을 할 수 없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정화씨는 컴퓨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몰라 지민이가 공부하는 것을 도와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화씨는 혹시나 손녀를 밖에 내보냈다가 감염되면 병을 앓고 있는 큰아들에게도 전염될 수 있고 자신마저 감염되면 생계가 완전히 끊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돌봄교실에 아이를 보낼 수 없다.

아이돌보미를 가정으로 부르는 '아이돌봄서비스'도 소정의 금액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원하는 시간에 돌보미를 부른다는 것이 불가능해 정화씨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손자 셋을 키우고 있는 정현정씨(가명·52·여) 가족은 부부가 맞벌이를 해왔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정화씨 가족보다 안정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더욱 팍팍해 지고 있다. 현정씨 부부는 아들이 2016년 4월 사망한 이후 민우(가명·8)·민수(가명·5)·민국(가명·5) 세 형제를 키운다. 아이들의 친모는 연락이 두절된지 오래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레미콘 차량 기사인 남편은 일거리가 줄었고 아이들의 개학이 미뤄지면서 현정씨도 다니던 직장에서 오전만 출근하고 있어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현정씨는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부모들의 경우 '가족돌봄휴가'를 유급휴가로 인정받는 등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조부모의 경우 이런 지원책이 없다며 한탄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가족돌봄휴가의 유급휴가 지원은 '자녀'를 대상으로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정씨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애들을 돌봐주고 싶은데 수입이 문제다"라며 "부모들한테는 육아휴직 같은 것이라도 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그런 것이 없다. 애들한테 전념하고 싶은데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려니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정화씨, 현정씨 가정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위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어린이재단은 10억원의 긴급 생계비를 900여명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부모들이 받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조부모들의 경우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정부의 세심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자체가 재난소득 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 경우 카드로 발급받아 가맹지점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나이가 있는 분들은 사용하기 어려우시다"라며 "소외 계층들을 위해 좀 더 가깝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