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강남 부동산 걱정, 오지랖보단 '대표성'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30 16:39

수정 2020.03.30 16:39

[기자수첩]강남 부동산 걱정, 오지랖보단 '대표성'
부자와 연예인 걱정은 오지랖이라고들 한다. 편의상 강남3구에 집을 가지고 있으면 부자라고 치자.

며칠 전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공시가격을 조정했다. 이 정권에서 줄기차게 밀어붙인 정책 기조대로 강남 아파트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다. 공시가가 오르면 세금도 는다. 집이 비쌀수록, 다주택자일수록 보유세 상승폭은 높았다.

발표 직후 강남3구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더 부과될 세금을 분석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성향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매체의 기사 제목에는 '강남'과 '보유세'라는 단어가 포함됐다. 일부는 '폭탄'이라는 단어도 썼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공시가 인상으로 강남, 그중에서도 다주택자의 보유세가 폭탄급으로 높아진다는 게 그날의 '야마'였다.

다음 날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박선호 1차관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사회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데 보유세까지 대폭 올려 서민경제에 타격을 준 게 맞느냐고 물었다.

박 차관의 대답은 "우리나라 상위 5%한테만 해당된다"였다. 9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나머지 95%가 내는 세금 인상률은 미미하다고도 했다. 사회자는 보유세 폭탄은 부자들이 맞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기사들이 강남 부자들을 대변했다는 불편한 심기도 내비쳤다.

오지랖이어도 좋다. 강남3구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다. 모든 눈이 여기 쏠려 있다. 마라도 땅끝마을에서도 강남 부동산이라면 눈을 반짝인다.

밖에서도 그렇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외국인이 사들인 서울 주택은 1만채를 넘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엔 강남3구부터 떨어진다. 지금까지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강경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겹친 지금 상황에 가장 먼저 집값이 내린 지역도 강남3구였다.
이어 마용성으로 대표되는 2군 지역으로 확산됐고, 노도강을 포함한 서울지역 전반으로 이어진다.

오지랖보다는 대표성이 좋겠다.
95%엔 합리적인 과세를 하고, 최상위 5%에만 과세율을 높였다는 정부의 논리가 오히려 부자·서민 간 칸막이를 세우진 않는지 모르겠다.

psy@fnnews.com 박소연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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