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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 임박" 트럼프 트윗에 유가 폭등…'비관론'은 못꺾었다[요동치는 국제유가]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3 17:39

수정 2020.04.03 17:39

"美 중재로 사우디-러시아 대화 1000만∼1500만배럴 감산 기대"
WTI·브렌트유 20%대 최대폭 급등
전문가는 "실현 가능성 낮다" 코로나로 수요 급락해 재고 넘쳐
감산하더라도 가격하락 이어질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산합의 내용을 담은 트윗을 계기로 국제유가가 요동쳤다. 전날 마이너스 유가 전망이 나올 정도로 암울했던 국제 석유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신의 중재로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1000만배럴, 많게는 1500만배럴까지 감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뒤 폭등세를 기록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01달러(25%) 폭등한 25.32달러로 마감했다. 상승폭은 다우존스 마켓데이터가 1983년 유가 변화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도 배럴당 5.20달러(21%) 급등한 29.94달러로 장을 마쳐 역시 1988년 관련통계 집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합의 언급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데다가 미국은 감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은 대규모 감산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폭이 너무 커서 유가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유지했다.

■"많게는 1500만배럴 감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와 인터뷰,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를 위해 대화에 나섰고 감산 규모는 1000만배럴, 많으면 1500만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하루 감산규모인지 어떤지 정확한 단위는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CNBC와 인터뷰에서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고, 2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통화했다면서 조만간 사우디와 러시아가 1000만배럴, 많게는 1500만배럴까지 감산한다는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가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한 유가는 트럼프 발언이 알려진 뒤 폭등해 장중 상승폭이 50%에 육박하기도 했다.

사우디도 트럼프 발언을 뒷받침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우디 관영 SPA통신은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이른바 OPEC+에 비상 각료회의를 제안했다면서 사우디는 '공정한' 합의를 원한다고 밝혔다. 공정한 합의에는 러시아를 비롯한 OPEC+ 전 회원국의 감산 동참과 함께 수백개가 난립한 미국 셰일석유 업체들의 감산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사우디, 러시아, 미국 3개국 산유량은 전 세계 석유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대규모 감산 합의 여부는 불투명

석유시장의 트럼프 발언에 환호하며 폭등했지만 전문가들은 합의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사우디 왕세자와 대화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양측 간에 "어떤 대화도 없었다"고 했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 OPEC 관계자는 "트럼프가 아무 생각 없이 말하고 있다"며 그의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감산 규모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제시한 감산 규모가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을 나타냈다.

IHS마킷의 석유시장부문 책임자인 스펜서 웰치는 "이들 산유국이 이 정도 규모의 감산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감산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수백개 미국 셰일석유 업체도 동참해야 하지만 미국의 감산을 위해서는 이를 강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RBC 캐피털마케츠의 유명 석유애널리스트인 헬리마 크로프트도 "사우디는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 앞에 앉히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어떤 식으로든 감산에 동참할 것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어떤 식으로 동참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사우디와 미국의 산유량 감축을 합의하지는 않았다며 미국의 감축 가능성을 일축했다.

■석유재고, 이전 최대폭의 3배 폭증

전문가들은 대규모 감산이 합의되더라도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전직한 데다 엄청난 석유재고로 인해 시장의 수급균형이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HS마킷은 2005년 초반과 2015년 초반 석유재고가 급증해 4억배럴에 육박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 세계 석유재고가 그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핵심적인 부문을 제외하고는 경제활동이 거의 중단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골드만삭스, 비톨 그룹은 앞으로 수주에 걸쳐 석유수요가 하루 1900만~20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막대한 석유를 저장할 곳이 마땅치 않아 석유업체들은 유조선에도 석유를 보관하기 시작했고, 육상 석유시설 포화로 인해 WTI 등 내륙지방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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