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개미군단 필승전략은 장기투자 "못참고 던지면 부메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5 17:05

수정 2020.04.06 10:17

올들어 개인 22조3400억 매수
지난달에만 11조1869억 사들여
추가매수 척도인 고객 예탁금
45조 넘어 사상 최대치 기록
'불나방'과는 확 달라진 양상
개미군단 필승전략은 장기투자 "못참고 던지면 부메랑"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거세다. 외국인들이 국내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가운데 개인이 이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불릴 정도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매수세가 과거 '투기붐'과는 달라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14년 만의 '개인 머니 무브'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2조34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조4600억원의 매수 우위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코스피시장에서만 11조186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는 "개인 머니 무브는 펀드붐이 불었던 2006년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개인이 매월 10조원씩 연간 100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3076만9000개로, 한 달 전 보다 86만2000개나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4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의 증가 폭이다. 개인의 추가 매수여력을 가늠케 하는 고객예탁금도 지난해 말 28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달에는 45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개인의 대규모 매수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제로금리, 부동산 규제 등으로 갈 곳이 없는 자금이 증시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로금리와 고환율로 화폐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20~30% 떨어진 상황에서도 화폐가치는 떨어지지 않았다"며 "화폐가치보다 더 빠진 자산(주식)이 화폐가치 절하를 보전시켜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보지 못했던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가 생겨날 때는 언제나 저가 매수의 호기였다는 경험,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가계의 돈이 흘러들어온 것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와 비교할 때 자금의 안정성과 달라진 투자 패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센터장은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거보다는 투자자금이 안정적"이라며 "이는 투자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나 중위험·중수익 투자자들이 증시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개인은 주가가 크게 오를 때 흥분하면서 대폭 투자금을 늘렸는데 지금은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단기 투자자들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서 장기보유해야겠다는 쪽으로 투자 마인드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가정주부가 아이를 업고 객장에 나타났을 때가 상투라거나 구두닦기 소년이 종목을 물어오면 팔아야 한다고 했던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장기 투자가 승리를 부른다

개인이 승리하려면 '시간'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홍춘욱 대표는 "지속성에 달렸다"고 판단했다. 개인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매수세를 이어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홍 대표는 "개인의 투자금이 계속 밀려들어오면 외국인이 파느냐, 팔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고 부연했다.

당분간 어떤 경제적인 충격이 올지 모르는 만큼 장기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분석도 있다. 최석원 센터장은 "이동과 교류가 중단된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지가 불투명하고, 기간이 오래 갈 수도 있다"며 "참지 못하고 팔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로금리 상황에서 2년 들고 있을 경우 20%가량 오르면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라며 "'경제적인 충격을 반영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 시기를 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거시경제적 환경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개인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구 연구원은 "신흥시장에 대한 시각 선회를 기초로 한 외국인의 현·선물 '러브콜' 부활이 시장 정상화의 관건이나 개인의 '바이 코리아' 행렬로 잠재적인 하방 완충력과 반등 탄력이 동시에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며 "코로나19 파장이 글로벌 매크로 환경을 붕괴시키지 않는 이상 이번 사이클의 최종 승자는 외국인이 아닌 개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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