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K-진단키트처럼 위기가 기회 되려면, 정부 마중물 역할해야”[데스크가 만난 사람]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5 18:18

수정 2020.04.05 18:18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재형 솔젠트 대표와 동행 인터뷰
무명의 벤처 뒷배 돼준 중기부
박 장관 "연결자로서 성공 조력"
유 대표 "55억규모 지원금은 물론
진단키트 승인 앞당긴 일등공신"
유니콘기업의 업종 쏠림현상은
박 장관 "코로나 계기로 바뀔 것
바이오 업체 일취월장 기대감"
유재형 솔젠트 대표(왼쪽)가 지난 3일 서울 관훈동 중소기업옴부즈만센터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솔젠트가 생산한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진단키트가 빠르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중기부의 지원 덕분"이라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고, 박 장관은 "정부가 일목요연하게 협업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유재형 솔젠트 대표(왼쪽)가 지난 3일 서울 관훈동 중소기업옴부즈만센터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솔젠트가 생산한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대표는 "진단키트가 빠르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중기부의 지원 덕분"이라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고, 박 장관은 "정부가 일목요연하게 협업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서동일 기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달 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3일 서울 관훈동 중소기업옴부즈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4선 중진 의원 출신의 '강한 장관'이라는 기대감에 걸맞게 박 장관은 다양한 부문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가운데 박 장관이 줄곧 강조해온 '연결의 힘'과 바이오 분야 등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만든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수입 요청이 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진단키트 업체 중 하나인 솔젠트 유재형 대표도 이번 인터뷰에 동참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다른 국가보다 잘 대처하면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협업 때문이다. 기업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품 개발에 나섰고, 정부는 기업이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우리나라가 표본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정부가 일목요연하게 사전에 협업을 강조했다"며 "이번에 제대로 작동한 것이 굉장히 유효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 대표는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4박자, 5박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진단검사의학회 등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부분이 컸다"며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통제하다 실패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이 따로 대처하다 보니 대응이 안됐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장관은 "그동안 디지털경제가 무엇인지, 스마트 대한민국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중기부가 진행한 사업이 이해되고 있으며 '디지털경제로의 대전환' 시행에 적합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위기는 곧 기회'로 코로나19가 중기와 벤처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담 = 김기석 산업2부장

다음은 일문일답.

―사실 코로나19 이전 솔젠트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었다. 중기부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유 대표=국내에서 진단시약을 만들거나 진단장비를 만드는 회사에 핵심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진단시약을 만들기 위해 총 3개의 핵심 효소가 필요한데 이 모든 효소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부분이 몰랐을 것이다. 사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기업이 코로나19로 주목받은 것은 기술력도 있었지만 중기부의 역할이 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빠르게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연구개발 지원 등도 중기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부터 중기부로부터 21건에 대해 55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았다.

▲박 장관=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식약처의 승인 시기가 더 늦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기부가 연구개발을 지원했고 또 신뢰할 만한 기업이라는 판단으로 빠르게 테스트를 진행하면 어떻겠냐며 중간에 연결자로서 도와줬을 뿐이다.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생산시설 확대가 필요해 보이는데.

▲유 대표=현재 주당 생산량은 40만 테스트(개)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생산량인 28만 테스트 이상을 한 주에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문량을 고려하면 현재 생산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주문량은 2500만 테스트로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기부에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박 장관 =생산시설 확대를 위해 '1대 1 일괄 패키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려 하고 있다. (신약 또는 진단키트) 개발은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끌지만 양산과 수출은 우리가 책임진다. 진단장비 양산을 위해 스마트공장 건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중기부 예산이 늘었는데 바이오 관련 예산이 늘었다는 점이다. 올해 추가로 확보한 450억원을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AI 등에 집중해 지원할 예정이다. 파악해 보면 솔젠트에 필요한 스마트 팩토리 사업은 두 가지다.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과 자동화다. 습도 유지는 쉽겠지만 손으로 일정 분량만큼만 주입해 자동화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다른 기업에선 유사한 용법을 성공해 사례가 있다. 중기부 직원을 파견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과 함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해 지원할 예정이다.

―스마트 팩토리 사업 현황은.

▲박 장관=스마트 팩토리 지원사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많은 데이터를 빨리 활용할 수 있도록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기부는 AI 제조데이터센터를 만들려 하고 있다. 올해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보면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됐다. 이번 사태에 첨병 역할을 해온 '코로나 맵' '공적 마스크 구매 앱', 활용 가능한 치료법 등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모두가 데이터의 힘이었다. 민간은 필요성을 느끼지만 투자금이 많이 들어 꺼린다. 중기부는 이를 해결해주기 위해 AI제조데이터센터를 만들려 하는 것이다. 솔젠트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으면 더욱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AI제조데이터센터와 함께 미래팀을 만들어 벤처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벤처투자도 위축되고 있는데.

▲유 대표=지난해 (투자를) 10억원 받기도 어려웠다. 지난해 매출이 60억원이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영업이익에 기반을 둔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금만 지원해 주면 10~100배 이상 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기부 역할이 크다고 본다.

▲박 장관=지난해 바이오벤처 투자를 분석해보면 전체 업종 중 바이오 분야가 25%에 달한다. 스케일업해서 그게 가능성이 보이고 인정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지원을 전폭적으로 하려 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가 예비 유니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벤처투자(VC)와 기업이 현장에 모이지 않고 비대면으로 투자논의가 가능한 온라인 IR, 비대면 상담 등에 대해서도 노력 중에 있다.

―유니콘 기업 20개가 목표다. 대부분이 서비스 플랫폼 위주라는 지적이 있는데.

▲박 장관=작년 11개 유니콘기업 중 유일하게 바이오기업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해서 바이오 업체들이 일취월장할 것 같으며 여기서 유니콘이 또 하나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중기부는 유니콘기업 20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니콘기업은 단기적인 이익실현보다는 신시장 창출 등을 통해 성장에 주력함으로써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등 오히려 고용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 지원기업 중 26개사의 고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벤처투자를 받기 전과 비교해 고용이 약 3배 증가하는 등 뛰어난 일자리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니콘기업 육성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진행상황은.

▲박 장관=일본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에 대한 국산화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는 이미 국산 불화수소가 투입되고 있다. 중기부는 '대중소 상생협의회'를 통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결자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올해는 약 1조원 규모 보증 지원, 500억원의 전용자금 지원, 소부장전용펀드 1000억원 조성, 소재·부품·장비 관련학과 신설(총 4곳) 등 관련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

―취임 첫 정책으로 규제자유특구를 말씀해주셨는데 현재 사업추진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박 장관=지역균형발전과 혁신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자유특구'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제도 시행 후 1년 내에 신기술 분야로 전국에 총 14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84개의 규제특례를 허용했다. 이들 총 14개 특구에 올해 1055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가시적인 성공도 있다. GS건설이 향후 3년간 경북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경북도와 투자협약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인 팬텀AI는 한국지사 설립을 완료하고 세종특구사업에 신규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도 6월께 규제자유특구를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다. 바이오, 자원·에너지, 블록체인, 로봇, 미래운송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현재 지자체, 관계부처, 전문가와 사전협의 중에 있다.


■박영선 장관 약력 △60세 △경남 창녕 △수도여고 △경희대 지리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석사 △MBC 기자, 앵커, 경제부장 등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제17·18·19·20대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현)

■솔젠트는 분자진단키트 제조기업이다. 2000년 8월 11일 설립됐으며 석도수·유재형 공동대표가 운영중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61억원이며 직원수는 59명이다.

정리= kjw@fnnews.com 강재웅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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