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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해태 부라보콘 품었지만…한지붕 두가족 어쩌나

뉴스1

입력 2020.04.06 04:40

수정 2020.04.06 04:40

해태제과식품 대구공장 © News1 공정식 기자
해태제과식품 대구공장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빙그레가 해태제과식품의 아이스크림 사업을 인수하면서 생산라인 조정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빙그레가 인수하는 해태 아이스크림 공장의 경우 비스킷류까지 생산하고 있어 다소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같은 공장 내에서 아이스크림 제조라인은 빙그레의 지휘를 받고, 비스킷 생산라인은 기존처럼 해태의 지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해태제과식품의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1400억원에 인수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천안·광주·청주·대구에 공장을 두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해태아이스크림 주식회사)을 물적분할하면서 대구 공장 유형자산(과자 사업 기계장치 제외)과 광주 공장 기계장치를 해태아이스크림에 넘겼다. 대구·광주 공장은 비스킷과 아이스크림을 동시에 생산하는 곳이다. 인수가 마무리된다면 한 공장에서 해태제과는 과자를 생산,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생산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 인수는 소속 직원과 공장 모두가 이전해 완전히 남남으로 사업 환경을 꾸린다"며 "해태-빙그레와 비슷한 경험이 없어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빙그레가 잔금을 모두 납입한 이후 대구·광주 공장 활용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 모두 '이상한 동거'가 불편할 수 있어서다.

그나마 두 공장의 비스킷과 아이스크림 생산 라인이 분리돼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그나마 두 라인을 쉽게 분리할 수 있어서다.

빙그레와 해태제과가 소유한 다른 공장들이 가동률에 여유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일부에서 대구·광주 공장에 큰 욕심을 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해태제과의 경우 아이스크림을 생산하지 않는 천안과 청주 공장 평균 가동률은 각각 51%와 68%다. 특히 해태제과는 매각 대금 1400억원을 채무 상환과 제과업 설비 투자에 쓴다는 계획이다. 당장 매출이 급상승하지 않는다면 일부 설비 변경으로 기존 광주·대구에서 만든 비스킷류를 다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도 있다.

빙그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국 4개(남양주·김해·경기 광주·논산) 공장 중 광주를 제외한 3곳에서 아이스크림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평균 가동률은 남양주(56%)를 제외하고 50% 이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공장을 통합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인력 조정과 다양한 문제가 충돌할 수 있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에 따른 공장 활용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추후 세부적인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