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코로나 시대의 거짓말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9 16:38

수정 2020.04.09 16:38

[특별기고]코로나 시대의 거짓말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펠드먼은 그의 저서인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에서 수많은 사례와 연구를 근거로 일상 속에서 거짓말이 얼마나 흔하게 발생하는지를 이야기하고, 거짓말이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여줬다. 실제 필자 또한 자기 편에 서서 본인을 대리하는 변호사에게조차도 끝까지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이야기하는 고객들로 인해 법정에서 곤란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의뢰인을 신뢰하되 의뢰인의 말은 전적으로 믿지 말라"는 많은 선배 변호사들의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후배를 위한 진심 어린 조언일지도 모른다. 위기에 몰리면 거짓말이라는 도구로 탈출구를 찾는 것은 우리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준 거짓말과 관련한 일화들이 자주 들린다. 정직하게 본인의 차례를 지키며 늦어지는 진단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숨진 후에야 확진판정을 받았던 A의 억울한 사례, 반면 특정 교단 집회에 다녀왔다는 거짓말로 코로나19 검사 우선대상자가 돼 신속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B씨 사례도 있었다.
바야흐로 거짓말을 하면 살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죽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거짓말은 코로나19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빠른 치료를 받기 위해 발병지역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긴 환자, 해고에 대한 염려로 특정 교단의 집회 참가 사실을 숨기고 동료를 위험에 빠뜨렸던 회사원, 현행범 체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확진자 행세를 했던 피의자까지 코로나19 시대의 거짓말은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온 우리를 분노하게 했고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으며 때론 모두를 지치게 했다. 펠드먼의 말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 거짓말은 일상의 원활한 교류, 부드러운 소통, 효율적인 사회 운영 등을 위한 매끄러운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착한 거짓말'에도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걱정과 불안의 코로나19 시대와 거짓말이 만나는 순간에는 더더욱 그렇다. 조기진압의 기대감을 높이던 코로나19가 일부의 거짓말로 조기 종결에 치명타를 입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렇듯 위기의 시대에는 사소한 거짓말이라도 순기능적 측면은 모두 산화돼 버리고 집단 신뢰와 사회를 균열로 몰고 가는 독성 찌꺼기만 남기게 된다.

K팝 스타가 만우절을 맞아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가 큰 비판을 받았다. 평상시라면 그냥 넘어갔을 만우절 농담일지 모르나 이 해프닝에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중의 걱정과 불안이 궁극에 달한 코로나19 시대에 공인의 거짓말은 오히려 더 큰 혼란만 가중시켰고 대중은 분노했을 뿐이었다.

이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아 거리마다 후보자들의 유세도 한창이다. 그 와중에 언제나 그래왔듯이 후보자들이 내뱉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 위기를 사익추구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가짜뉴스 등 숱한 거짓말이 들려온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매우 관대한 태도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유명 정치인들이 자신의 거짓말에 책임지거나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히려 그 숱한 거짓말이 낳은 비싼 대가를 우리가 고스란히 치러 왔다.

당장 우리에겐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도 급급하다.
더 이상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해 방역할 여력이 없다.

서상윤 대한변호사협회 제2국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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