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온라인 개학, 유지가 더 중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09 16:38

수정 2020.04.09 16:38

[기자수첩] 온라인 개학, 유지가 더 중요하다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입학사진을 잘 찍어보겠다는 유치한 이유로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다. 목표했던 몸무게는 이미 달성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정작 아직 초등학교 1학년 개학은 오는 20일에나 열린다. 다이어트를 얼마나 더 유지해야 할지 개인적으로 막막하고 혼란스러웠던 3월은 교육계 구성원들에게도 고통스러웠던 시간의 연속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네 차례의 휴업명령 끝에 드디어 학교가 개학했다. '전례 없던',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가 쏟아지며 고3·중3 학생들 먼저 순차적으로 맞은 온라인 개학이지만 차라리 속은 후련했다. 개학이 잇따라 연기되던 3월 학생과 학부모, 교사, 교육공무직, 교육 당국 등 교육계 구성원 모두 불신과 불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한다고 하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의 평가를 믿지 못하겠다고 반발했다. 결국 교육청이 권장사항이었다며 한발 물러서며 매듭지어졌다. 교육당국이 공적 마스크 판매를 위해 학교 비축분 마스크를 수거하다 학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추후 현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까지 했지만 결국 사흘 만에 중단되기도 했다.

무기계약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과 정규직 공무원인 교직원 간 갈등도 불거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SNS에 휴업수당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며 교직원을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라고 지칭하자 강한 반발을 샀다. 종이컵밥 사건, 긴급돌봄 등 2월 23일 첫 개학 연기 발표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교육계에 쌓여있던 구성원 간 갈등의 뇌관이 모두 폭발하는 모양새였다.

갈등이 연속되는 상황들을 취재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학생들을 위해"라는 말이다.
개학을 미뤄 학생을 지키고, 긴급돌봄으로 학생을 돌보고,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막은 것이다. 온라인 개학은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모두에게 새로운 시도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구성원 간 소통을 통해 잘 유지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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