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무원연금 충당부채, 공무원 지갑에서 메운다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0 08:41

수정 2020.04.10 08:43

송인보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장
송인보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장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혜택도 있지만 그 폐해도 발생한다. 잘못된 정보가 반복적으로 전달이 되면 이게 사실인양 자리매김한다.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도 이러한 사례 중 하나다.

'3년간 300조 늘어난 연금충당부채, 언젠가 지급해야 할 빚', '국가 빚폭탄 1700조, 연금충당부채만 1000조 육박' 등의 기사를 접하게 되면 '공무원연금으로 인한 나라 빚은 천문학적이다. 그 빚은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로 읽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는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연금 충당부채는 현 시점에서 계산을 해 본 미래 연금 총액에 해당
일반적으로 '연금'이란 젊은 시절 수입을 일부 저축해 두었다가 퇴직 후 나눠 받는 돈이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은 내가 미리 낸 돈을 적립하지 않고 퇴직한 선배 공무원의 연금으로 사용한다. 그 이후 퇴직을 하면 후배 공무원에게서 거둬 연금을 지급한다. 정부가 운영하므로 사전 적립 없이도 마치 물레방아의 물처럼 흘러내리는 '세대간 부양방식'으로 설계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관리자로서 '현 시점에서 앞으로 이들에게 지급할 연금을 전부 합쳐보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 속에 계산해 본 것이 연금 충당부채다.

국민 세금이 아니라, 대부분 공무원의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해결
연금 충당부채가 부담스러운 것은 금액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그 규모는 매년 늘어나 2018년도에는 국가부채의 55.8%나 차지하고 있다. 더욱 큰 부담은 이를 모두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일부 언론에서는 '퇴직 공무원 먹여 살리다 나라 거덜 난다'는 자극적 표현으로 불을 지핀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는 대부분 공무원연금 보험료 수입으로 자체 해소를 한다. 공무원연금은 매년 공무원 소득의 18%를 보험료로 거둬 재원으로 사용한다. 일부 부족분만 정부 보전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결국, 미래에 지출할 연금액은 대부분 공무원들 월급에서 떼어 갚는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연금 충당부채는 가정에 따라 변동성이 큰 추정액일 뿐
매년 발표하는 막대한 규모의 충당부채는 확정된 채무일까? 그렇지 않다. 충당부채는 갚아야 할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빚(debt)’이 아니라 장래에 지출이 예상되는 ‘추정액’이다. 마치 자녀를 출산하면 성장기까지 얼마나 돈이 들까 추정해 본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산정 방식이나, 산정의 전제가 되는 경제적 가정 조건에 따라 매년 변동성이 큰 금액이다.

또한, 충당부채는 장기간의 예측이므로 가정과 현실의 괴리는 필연적이다. 이러한 추정오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2015년 이후 5년 만에 경제가정을 현실화했다. 특히 경제전문가들의 숙의를 거쳐 그간 민간보다 높을 것으로 가정해왔던 공무원보수상승률을 민간의 명목임금상승률과 일치시킨 바 있다.

충당부채의 회계처리에 있어 짚어볼 부분이 있다. 국가결산서에는 원칙적으로 중앙정부의 자산과 부채만을 포함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별도로 결산서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충당부채와 관련해서는 모든 직종의 연금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부채액을 국가결산서 본문에 수록하고 있다. 정부회계처리 방식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 금년도에 발표하는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서에서는 공무원연금 충당부채를 종전과 같이 본문에 수록하되, 지방직과 교육직에 해당하는 금액은 주석으로 별도 표기토록 변경됐다. 작은 변화이지만 충당부채 처리방식의 성공적인 첫 개선 사례다.

공무원연금 충당부채가 발표되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부정적 여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부채 산정방식이나 재무적 가정 등 회계처리상 문제점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송인보 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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